"등록금·생활비 걱정에 설 명절 더 서러워"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태원 한 주점, 연휴간 '알바' 경쟁률 80대 1
2018-02-18 14:32:35 2018-02-18 14:53:06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전역이 영하 2도로 떨어지던 지난 17일 저녁 8시, 이제 대학교 1학년이 되는 김도한(18)군은 송파구의 한 주차장에서 하얀 입김을 내뿜었다. 대형마트에서 주차·카트 업무를 담당하는 김군은 이날 주차장의 자리 현황을 마트에 보고하고, 지하 주차장을 관리하며, 손님들이 제자리에 갖다놓지 않은 카트를 제자리에 돌려놓는 등 여러 장소를 오갔다. 업무를 맡은 지 2주가 된 김군은 설 당일인 16일만 쉬었을 뿐 설 연휴인 15일과 이날 모두 출근 도장을 찍었다.
 
시급이 최저임금만큼이기 때문에 하루에 버는 돈은 5만5000원을 조금 넘기는 수준이지만, 등록금에 조금이라도 보태기 위해서는 일하는게 차라리 다행이다.
 
대학생인 이강휘씨(22)는 주말 '알바'이기 때문에 이날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동안 밀려드는 손님들의 결제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10개월째 편의점 주말 알바를 하는 동안 주중에도 좀처럼 쉬지 못했다. 학기 중에는 대학을 다녀야 했고, 겨울방학 동안에는 계약직으로 일했다. 올해 새학기를 시작하기 전 열흘이라도 쉬고 싶어 평일 계약직은 16일에 그만두고 당일치기로 고향에 다녀왔다. 이씨는 "더 쉬고 싶지만 등록금을 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고향에 다녀오지 못해 눈물짓는 사람들도 있다. 빌딩에서 근무하는 보안반장 A씨(60)는 일을 한 지 5년 동안 한번도 명절 기간 고향에 내려가지 못했다. A씨는 "전북 군산에 나이 드신 부모님이 계시지만 연차를 쓰기도 여의치 않다"고 말하는 동안 안경을 벗으며 눈을 문질렀다. 지난 15일부터 24시간 일한 A씨는 16일 아침에야 근처 집에서 몸을 누이고 이날 아침 7시부터 다시 일하고 있는 중이었다.
 
한 푼이 아쉬워 아예 연휴에 단기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최근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 조사 결과에 의하면, 설 연휴 아르바이트 의향은 응답자의 62.7%나 됐다. 연령별로는 10대 65.9%, 40대 이상 63.5%, 20대 63.1%, 30대 54.1%가 알바를 시도할 생각이 있었다. 일하려는 이유로는 단기 용돈벌이가 61.3%로 가장 많았으며, '원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21.4%, '친척 잔소리를 피해기 위해서 9.4% 등이 뒤를 이었다.
 
1년에 1번 밖에 없는 설 명절이지만, 아르바이트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큰 돈을 바라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최저임금을 갓 넘긴 시급 일자리가 한 자리만 있어도 지원자가 많게는 80명씩 몰렸다.
 
이태원의 한 주점은 최저시급보다 470원 밖에 많지 않은 8000원이고, 근무시간도 오후 7시부터 새벽 6시까지지만 지원자가 70~80명 몰렸다. 한 치킨집의 경우, 배달 업무에다가 배달하지 않는 동안 주문 접수를 병행했는데도 지원자가 수십명 몰렸다.
 
한 푼이라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일부 업체와는 미스매칭도 생겼다. 광진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주방 기물 세척처럼 험한 일은 주로 숙련도가 쌓인 40~50대 혹은 60대 초반을 필요로 하는데, 미성년자까지 지원하는 바람에 걸러내느라 애먹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송파구에서 대형마트 주차·카트 직원이 주차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태현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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