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지주회사가 지배구조 개선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셀프연임' 우려가 있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경영승계 절차에 제동을 걸고 나선데 따른 것이다. 이들 지주사는 차기 회장과 사외이사 선임과정에 현직 회장을 줄줄이 제외시키며 경영 투명성과 독립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지주(055550)는 최근 내부규범 개정 공시를 통해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참여를 배제하는 방안을 명문화했다.
내부규범 안에 따르면 기존 사추위 구성 조항인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 3인 이상 5인 이내의 이사’는 조 회장을 제외한 ‘3인 이상 5인 이내의 이사’로 개정됐다. 또 총 위원의 과반수는 사외이사로 하도록 명시했다.
이로써 국내 은행권 금융지주사 모두 사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하게 됐다. 다만 조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는 기존 그대로 참여한다.
이번 개정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주요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검사 결과,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사외이사 독립성 미비 등을 거론하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지주 회장의 '황제 경영'과 사외이사와 최고경영자가 서로 추천하는 '셀프연임' 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지며, 금융권 전반에 지배구조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실제 금융당국은 현재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결정하는 임추위에 대표이사 참여를 금지하고 임추위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JB금융의 경우 지배구조 내부 규범 개정을 통해 ‘자회사CEO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위원회)’ 등을 신설했다. 이는 기존의 임추위에서 담당하는 계열사 인사 권한을 분리한 것으로, 김한 회장의 계열사 인사권 보장을 위한 후속조치다.
KB금융 역시 최근 현직 회장과 사외이사가 포함된 상시 지배구조위원회를 회추위와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로 분리 운영하기로 했다. 신한지주는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를 별도로 운영해 임원 후보에 대한 추천을 하고 있으며, 최근 회장과 행장직무를 분리한 DGB금융은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지배구조 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 등) 우려가 있는 부분에선 회장 참여를 제외하되 최고경영자로서 해야 할 역할은 별도의 위원회로 분리, 개편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의 요구를 수용하면서도 사외이사 연임 시 외부평가 의무화나 감사위원의 타 위원회 겸직 금지안 등 개선할 필요가 있는 부분은 개선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조용병 신한지주 회장이 사외이사후보 추천 작업에서 배제된다. 사진/신한금융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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