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상윤 기자] 정부가 조종사와 항공기 착륙 직후부터 이륙 전까지 항공기의 안전 등을 점검하는 확인정비사 등 항공전문인력의 국내 이직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중국 등 국외 유출에 대해선 손을 놓은 채 국내 항공사 간 이동에만 제한 규정을 두기 때문이다. 조종사와 확인정비사 등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와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전체 100점 만점(인천공항은 110점)의 국제항공운수권 평가 기준에 공정한 경쟁 시장구조 확립 기여도를 신설하고 10점을 배정할 계획이다.
이 기준 가운데 '항공전문인력(조종사, 확인정비사) 빼가기 적발 건수' 항목(2점)이 포함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전문인력을 빼간 것이 확인될 경우 해당 항공사에 최대 2점을 제외할 방침이다. 다만, 당사자의 자발적 의사를 입증할 수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항공사 간 항공전문인력 영입 경쟁에 제재 장치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 제작/뉴스토마토
이를 두고 조종사나 확인정비사 등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 항공사의 한 조종사는 "공정한 경쟁 시장 구도를 확립하겠다면서 조종사들이 자유롭게 직장을 선택할 기회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며 "직업 선택의 자유마저 제한하는 결과를 낳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항공사들이 최소 인력을 투입해 최대 비행시간을 끌어내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채 당국자들과 탁상공론 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객수요가 증가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와 대형 항공사들은 올해만 30여대에 가까운 항공기를 들여올 계획이다. 국토부가 항공기의 규모와 운항시간, 투입 노선 등을 고려해 항공기 1대당 12명(기장 6명, 부기장 6명)의 조종사를 운용하도록 권고한 것을 고려하면 최소 360명의 조종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하지만 조종사와 확인정비사는 오랜 숙련기간을 거쳐야 하고, 인력 풀도 얕기 때문에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은 항공사들은 경쟁사 인력을 빼갈 수 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항공업계에선 중국 등 해외로의 항공전문인력 유출은 막지 못하는 반쪽짜리 행정이라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 항공사의 조종사를 고액의 연봉을 주며 대거 채용하고 있다. 이번 행정규칙 개정안에는 항공전문인력의 해외 유출에 대한 제재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시간과 거액을 투자해 양성한 고급 인력을 타사에 빼앗기는 문제가 업계 내에선 얼굴을 붉힐 만큼 민감한 문제였다"라면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 문제는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겠지만 중국 등 해외 유출은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동종업계가 인력 스카우트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담합하는 행위 자체가 위법사항이라고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지난 2015년 구글과 애플 등 실리콘밸리 대기업들이 개발자들의 스카우트를 자제하자고 담합한 일을 두고 500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배상금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조종사나 항공정비사들이 대규모 이직을 할 경우 항공 안전상 위험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자 한 것"이라며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입법 예고한 단계로 항공사들의 의견을 모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신상윤 기자 new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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