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무엇이 되든, 우리는 싱가포르에 관해 다음 주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있을 북미 실무급 접촉 결과를 보고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미회담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것도 괜찮다”며 불발 혹은 연기 가능성을 최초로 공개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북미회담 준비를 위해 백악관 관료들이 이번 주말 싱가포르에서 북한 당국자와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열흘 전에도 비슷한 성격의 회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북한 당국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결국 북한이 회담 준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측에서도 북미회담에 회의적인 기류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북미 양측 모두 ‘회담불발’을 언급하며 상대를 압박하고 있지만, 완전히 판을 엎겠다기보다 협상에서 좀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기 싸움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은 지난 16일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과 24일 최선희 미국 담당 부상의 담화문을 통해 “조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두 담화는 소위 ‘리비아식 모델’을 언급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겨냥했고 ‘개인명의’ 형식으로 발표됐다. 즉 회담 전반에 대한 불만이 아닌 ‘핀포인트’로 특정 이슈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공식성명 형태는 피해 물러설 여지를 남겨둔 셈이다.
미국 역시 압박과 회유 투트랙으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회담 불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도 북한에 제공할 체제보장과 경제지원 ‘당근’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의 안전을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보장하겠다. 처음부터 보장하겠다고 이야기해온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일본과 다 대화를 했는데, 이 3국 모두 북한을 도와서 북한을 아주 위대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아주 많은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비핵화 절차에 대해선 “한꺼번에 일괄 타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물리적 이유로 한 번에 못한다면,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해도 괜찮다”며 북한이 선호하는 점진적 비핵화 방식 수용 의지를 드러냈다. 소위 ‘트럼프식 비핵화’를 일부 공개한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23일 미 하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해 “올바른 거래가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지지 않는다는 우리는 정중하게 (협상장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지만, “6월12일 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데 매우 희망적이다. 세계를 위해 멋진 결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22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단독정상회담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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