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낮춰잡았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며 자신감을 보였던 취업자 증가폭도 기존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대폭 줄였다. 사실상 한국은행에 이어 정부마저 2%대 성장률을 공식화하면서 2년 연속 3% 성장 달성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정부가 반년 만에 경제전망을 크게 바꾸면서 이유로 내세운 것은 대내외 위험 요인이다. 밖에서는 미중 무역분쟁 확대 등으로 수출 감소 우려가 도사리고, 안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 등으로 고용 부진과 함께 소비 위축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대응책은 재정 확대다. 하반기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과 함께 내년도 슈퍼 예산 편성이 정부의 구상이다. 빈번한 경제전망 수정으로 정부의 예측 신뢰도도 문제지만, 경제정책에 명확한 진단과 해법이 안나온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는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열고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과 저소득층 일자리·소득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선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3.0%에서 한국은행 전망치와 같은 2.9%로 하향 조정했다. 또 올해 설비투자와 건설투자는 기존 3.3%, 0.8% 전망치에서 각각 1.5%, -0.1%로 대폭 낮췄다. 민간소비도 2.8%에서 2.7%로 내렸다. 취업자 증가폭 역시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대폭 끌어내렸다. 물가는 1.7%에서 1.6%로 하향 조정했으며, 경상수지도 790억달러에서 640억달러로 낮춰 예상했다.
기획재정부는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 심화와 유가상승, 대내외 리스크 확대로 하반기 수출·소비 회복세가 다소 둔화하는 점을 들어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발표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10% 이상 상승한 점이 경제 성장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이 결정된 직후인 지난 16일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이 하반기 경제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는 작심발언을 하면서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어두운 하반기 경제전망에 정부는 우선 기금을 변경하고 공기업의 돈을 동원해 약 4조원 규모의 재정 보강에 나선다. 또 근로장려세제(EITC) 지급을 대폭 확대해 저소득층의 소득 지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내년도 예산 편성 역시 확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김 부총리는 "과거에는 통상적으로 앞으로 쓸 정책의 효과까지 반영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했지만, 이번에는 현실적이고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전망했다"며 "앞으로 정책적인 노력을 통해 당초 전망인 3% 성장경로로 가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제당국이 고용지표에만 집착해 최저임금 탓만 하며 되레 '소득주도성장'을 흔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김 부총리가 최저임금 탓을 하기 전에 EITC 같은 취약층 보완층을 미리 마련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도 이날 '담대한 개혁 촉구 지식인 선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다"며 "그러나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과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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