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문제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은 가운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앞으로의 경제 난관을 헤쳐가기 어렵다는 의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숫자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의 평균 소득수준은 2016년 말 기준 281만원, 중위소득은 209만원으로 조사됐다. 이 중 대기업의 평균 소득수준이 474만원, 중위소득이 413만원인데 반해, 중소기업의 평균 소득은 224만원, 중위소득은 180만 수준으로 약 2배에서 2.5배 이상 차이를 나타냈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 또한 상생 상태계 구축, 동반성장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해소, 소득주도 성장, 협력이익 공유제 등 다양한 정책 의제를 잇달아 꺼내들고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산업 구조 측면의 왜곡을 보완하기 위해선 정부 정책 외에 민간의 자발적인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대기업 외에 중견기업의 역할론 또한 최근 부상하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 속 기업들의 자리 배치가 예전보다 좀더 복잡하고 촘촘해진 까닭이다. 이 가운데 중소 제조업체와의 다양한 협력으로 상생 생태계 구축에 힘을 보태고 있는 중견기업들의 상생 시도를 들여다보고 중소 제조업체와 중견기업, 나아가 대기업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균일가 생활용품숍 아성다이소는 중소기업 상생을 위해 노력하는 중소기업 출신 중견기업이 됐다. 1997년 서울 천호동 1호점으로 시작한 다이소는 지난해 7월 기준 1200여개로 매장을 늘렸다. 2006년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다이소는 지난해 기준 매출 1조6500억원을 기록하며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도약했다. 창업 이후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개 가격대만 고수하는 다이소는 국내 중소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공급받고 있다.
다이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과 상생으로 국내산업 발전을 도모하는 게 회사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2017년 기준 680여개 국내 중소기업과 장기적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07년 다이소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던 국내 중소업체 생산 상품의 매출 비중은 2017년 70%까지 상승했다. 다이소와 거래하는 중소업체의 업체당 연평균 거래 금액도 같은 기간 1억7000만원에서 10억1000만원으로 6배가량 늘었다.
다이소 측은 "해외시장조사를 통해 신상품이 개발돼도 생산 가능한 국내 업체를 발굴하는 등 국내 중소 제조업체의 판로를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중소 제조업체 중 60여곳에는 일본 균일가 시장 진출을 위한 수출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는 지역상권, 전통시장에 있는 소상공인과 상생을 꾀하고 있다. 다이소는 신규매장 출점 시 전통시장을 고려해 주변에 출점을 자제하고 있으며, 부득이하게 전통시장 주변에 점포를 내야하는 경우에는 소상공인들과 별도로 협의해 상생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골목 상점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담배, 주류, 종량제봉투, 유제품과 같은 제품은 취급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취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그간 있었던 문구업계와의 갈등도 어느덧 해소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최근에는 올 2월부터 전국학용문구협동조합과 협의해온 상생 방안의 일환으로 문구소매업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자발적으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앞으로 다이소는 대형마트처럼 연습장, 연필, 지우개, 풀 등 학용문구 18개 품목에 대해 묶음 단위로만 판매하게 된다. 가맹점의 경우 점주들 역시 중소상공인이라는 점에서 묶음 판매를 희망하는 경우에만 참여할 예정이다.
다이소는 상권의 규모와 속성에 따라 직영점과 가맹점을 균형 있게 출점해 중소형 상권을 보호하는 정책을 보유하고 있다. 중소상권에는 가맹점을 오픈해 지역상권과 소상공인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며 개인의 성공 기회를 넓히기 위해 안정적인 가맹점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2013년에서 2017년 직영점은 50여개, 가맹점은 200여개 증가했다. 현재 450여개 가량의 가맹점과 윈윈하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가고 있다.
다이소는 매장당 2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매장 직원 90%가 여성, 80% 이상이 취업취약계층인 30~50대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3000여명 신규채용 계획을 통한 일자리 확대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또한 매장에서 근무한 기간이 2년이 경과한 직원은 차별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롯데렌탈 또한 주목할 만한 상생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8월 론칭한 롯데렌탈 '묘미(MYOMEE)'는 품질 좋은 중소기업 제품들이 쉽게 오고갈 수 있는 상생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묘미는 국내 최초 렌털 플랫폼이다. 기존 생활가전 중심으로 자사 제조 상품을 렌털 판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유통 플랫폼을 이용해 다채로운 상품을 렌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묘미는 유통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성, 시장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절판된 제품들이 묘미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사업을 통해 새롭게 재탄생해 고객들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렌탈은 '상생 경영'이라는 기업 신념을 기반으로 셔츠 정기배송 렌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클리셔츠'와 같은 스타트업·중소기업의 경쟁력 있는 제품을 묘미의 렌털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묘미에서는 현재 1000여개 이상의 제품을 렌털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기존 커머스 관점에서 보면 1000가지 상품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하나의 제품에 며칠 렌털, 몇 달 렌털 등 기간 개념을 도입했으며, 신제품을 빌릴지 일반 렌털 제품을 빌릴지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이같은 옵션을 감안할 때 실제 상품 개수는 1000가지를 훨씬 넘는 셈이다. 렌털 상품은 향후 묶음형, 정기배송형으로 확장돼 실제 상품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기존 커머스 시스템에서는 가격이 사실상 유일한 판매 고려 요소였다면, 묘미에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품 판매 방법을 바탕으로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벤더의 관점에서 기존 유통의 경우 벤더가 유통사의 '판매형' 시스템에 맞춰 공급한다면, 묘미가 직매입 후 상품화, 묘미에 위탁, 단순 중개 등 묘미는 벤더에게 다양하고 유연한 공급방식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이소 홍대점 전경. 사진=다이소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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