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웅진이 코웨이를 품에 안았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자식같이 생각했던 그룹 핵심 계열사를 경영 실패로 매각한 지 6년여 만이다. '웅진코웨이' 브랜드 복원과 윤석금 회장의 경영실패로부터의 재기를 보여준다. 웅진은 물음표가 달린다는 비판을 받아온 자금조달에 대해서도 "불확실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자신했다. 가전업계는 웅진의 코웨이 인수를 제 식구 찾아간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가전렌탈업계 지형도에도 당장 크게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웅진의 코웨이 인수는 '웅진코웨이' 브랜드 복원뿐만 아니라 윤석금 회장의 경영실패 재기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웅진이 코웨이를 매각해 코웨이 독자 브랜드를 사용하는 중에도 '웅진=코웨이'라는 브랜드는 소비자들 머릿 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정수기 렌탈 시장에서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이룩한 인식이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코웨이를 다시 인수한 웅진은 향후 렌탈사업에서 '웅진코웨이' 브랜드를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방문판매 렌탈시장을 개척한 윤 회장은 코웨이를 앞세워 웅진그룹을 재계서열 30위까지 끌어올린 인물이다. 출판업, 방문판매업 등 손에 대는 사업마다 성공신화를 쓴 윤 회장은 그러나 2012년 극동건설 인수 등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자금난을 겪다가 2012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았다. 채권단의 요구대로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한 웅진은 5년 동안 정수기사업에 진출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 조항을 체결했다. 올해 1월 경업금지가 해제되자마자 삼성증권과 법무법인 세종을 코웨이 인수 자문사로 선정하며 코웨이 인수를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웨이 인수는 웅진코웨이라는 브랜드의 복귀일뿐만 아니라 윤 회장의 경영 실패 복귀를 의미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다. 윤 회장도 29일 종로구 플레이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서 "자식같이 생각했던 코웨이를 팔 때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하며 "실패한 오너가 다시 일어난 예가 거의 없다. 기필코 웅진코웨이를 성공시켜야 하고, 혼신의 힘으로 성공시킬 것"이라며 "실패한 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업계는 웅진의 코웨이 인수를 당연한 수순으로 평가하고 있다. 윤석금 회장의 기업 인수 의지가 워낙 강했고, 윤 회장이 방문판매시장을 개척하고 시스템과 조직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웅진만큼 코웨이를 잘 아는 기업이 없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MBK가 코웨이를 인수할 당시에도 렌탈업계의 상징인 코웨이가 외국자본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많았을 정도로 웅진과 코웨이는 한 몸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당장 생활가전렌탈업계에 부는 판도 변화는 크지 않을 거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코웨이의 국내 렌탈계정수는 580만가량으로 2위권인 청호나이스, SK매직, 쿠쿠 등과 합쳐도 코웨이의 시장점유율이 압도적이다. 웅진이 지난 3월 론칭한 렌탈 브랜드 웅진렌탈은 '웅진코웨이'로 흡수된다. 웅진렌탈 또한 윤 회장의 방문판매 렌탈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인데, 웅진은 코웨이 인수 공개추진과 병행해 웅진렌탈을 론칭, 전국 사업조직을 갖추고 7개월 만에 1만여 계정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편 웅진은 자금조달 계획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안지용 웅진 기획조정실장은 "인수 금액 1조7000억원가량 중 웅진 측이 4000억원, 재무적 투자자인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이 5000억원, 나머지는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예정"이라며 "자금조달에 대한 불확실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웅진은 기존 코웨이 배당성향을 유지해 안정적 이자상환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웅진그룹의 방문판매 사업간 시너지가 발휘되면 웅진씽크빅과 코웨이의 현금창출능력으로 안정적인 인수금융 상환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그룹의 역량을 코웨이와 씽크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용 실장은 이날 계열사 매각 계획을 밝히며 향후 코웨이와 웅진씽크빅에 사업포트폴리오를 집중할 것임을 시사했다. 계열사 매각대금으로 이번에 인수하는 코웨이 지분 22.17% 외에 추가 지분 인수를 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실장은 "지분율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외국인 주주 구성을 볼 때 호의적인 상황만은 아닌데, 중장기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말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9일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열린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웅진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