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남북 경제협력 논의가 경제단체들을 중심으로 진전되고 있다. 총수 방북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성 압박에 정치권의 '냉면 발언' 논란까지 더해지며 민간 기업들이 숨죽이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이 앞장서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7일 전경련회관에서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 창립 회의를 개최했다. 지난 7월 위원회 발족을 알린 지 100여일 만에 창립 멤버를 꾸려 상견례 자리를 마련했다. 초대 위원장은 정몽규 HDC 회장이 맡았다. 정 회장이 남북경협의 상징인 범현대가의 일원으로 남북 경협에 대한 남다른 사명감을 지니고 있음이 높이 평가됐다. HDC가 북한 경제개발의 필수 요건인 도로, 철도, 항만 등 SOC 사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고려가 됐다.
전경련은 7일 전경련회관에서 정몽규 HDC 회장(위원장)(왼쪽 아홉번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여덟번째),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열한번째)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북경제교류특별위원회 창립 회의'를 개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전경련
이날 창립 회의에는 정 회장을 비롯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장,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 윤창운 코오롱글로벌 대표이사, 민명기 롯데제과 대표이사, 이상기 GS건설 부사장, 허병훈 신세계 부사장, 조영석 CJ제일제당 부사장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9월 평양 정상회담 후 남북 경협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한 회의체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향후 활동 내용이나 정기 모임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이날 회의는 초대 위원들끼리 첫 대면을 하는 의미가 있다"며 "(경협에 앞서)윗단의 문제들이 해결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참석자들도 "돌아가며 과거 경험과 소회들을 공유했다"며 "(북한에 당한 것이 많으니)조심하자는 의견도 많았다"고 전했다.
전경련의 이 같은 행보는 문재인정부 출범 후 국정농단 사태의 발단인 정경유착 주범으로 지목되며 '전경련 패싱'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특히 주목받는다. 평양 정상회담 특별수행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굴욕을 겪으면서도 정부와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 이날 창립 회의에서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 실현에 앞장서겠다"고 재차 다짐한 점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전경련 관계자는 "남북 경협과 관련해 지난 1997년 실향기업인 중심의 '남북경제협력위원회', 2014년 '통일경제위원회' 등을 조직해 통일 연구와 정책제안 사업, 인도적 대북 지원 등을 해왔다"며 "지난 4월부터 통일경제위원회의 확대·개편 작업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재계의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도 남북 경협 연구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에만 두 차례 남북 경협을 주제로 한 컨퍼런스를 개최했고, 지난 5월에는 지속성장 이니셔티브(SGI)란 씽크탱크를 설립해 북한 관련 문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선정했다. 경협에 대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애착도 남다르다. 박 회장은 평양 방문 이후 단둥, 훈춘 등 북중 접경지역을 돌아보고 온 후 "(중국에 비해)우리의 강점이 무엇인지, 차별화 포인트는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개성공단 조기 가동을 우선 과제로 삼고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경제단체들이 남북 경협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각은 일단 긍정적이다. 최근 미국 정부가 북한을 방문한 6개 그룹에 대북사업 계획 보고를 요청했다 취소하는 등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고, 기업인 방북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는 막말을 했다는 논란이 제기되며 개별 기업들이 나서기 민감한 환경이 조성된 까닭이다. 이날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서의 만찬 분위기가)괜찮았다"고 언급하는 등 당시 참석자들로부터 '냉면 발언'을 부정하는 증언들이 나오고 있지만 민간 기업들은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은 피하자"는 입장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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