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생리컵 시장 창출…여성 건강 데이터 플랫폼될 것"
황룡 룬랩 대표 인터뷰…새 시장 만들어 CES 혁신상 수상
2018-11-13 18:39:04 2018-11-14 11:32:22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대부분의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생리를 겪는다. 생리 과정에서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혈액은 귀찮은 존재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건강 관련 데이터를 추출해 새로운 시장을 만든 기업이 있다. 스마트 생리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든 룬랩이다. 룬랩의 스마트 생리컵인 '룬컵'을 고안한 이는 여성이 아닌 남성인 황룡 대표다.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룬랩 사무실에서 황 대표를 만나 창업 과정과 여성 건강 데이터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계획에 대해 들었다. 
 
황룡 룬랩 대표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사무실에서 스마트 생리컵 '룬컵' 제품들을 앞에 놓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현준 기자
 
황 대표의 이력은 다채롭다. 경영학을 전공했고 음악 관련 사업을 하다가 지난 2015년 5월 헬스케어 관련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룬랩을 창업했다. 창업 당시 스마트워치 제품이 고도화되면서 헬스케어 시장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하지만 남성들이 주로 사용했다. 황 대표는 신체 관련 데이터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 여성들은 생리부터 임신, 출산 등의 과정을 겪으며 신체와 감정의 변화가 남성보다 많기 때문이다. 특히 생리컵은 생리 과정에서 배출되는 혈액을 보관할 수 있어 생리대보다 매력적이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종 모양의 여성용품이다. 의료용 실리콘으로 제작돼 일회용 생리대보다 인체에 덜 유해하다. 
 
룬컵은 기존의 생리컵에 센서를 부착한 제품이다. 혈액이 컵의 50%, 70% 수준까지 차오르면 센서가 이를 인지해 진동으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 사용자는 혈액이 어느 정도 찼는지 알고 비울 수 있다. 룬컵을 꺼내 흔들어주면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센서가 추출하는 데이터는 ▲생리혈의 양 ▲생리혈의 색 ▲생리 주기 ▲체온 등 4가지다. 생리혈의 양도 총량과 시간 및 일별로 분석 가능하다. 사용자에게는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다. 데이터를 비식별 처리해 사용자들의 동의 후 산부인과 의사 등 관련 전문가들에게 제공한다면 연구 자료가 된다. 룬컵이 여성 건강 데이터가 모이는 플랫폼이 되는 셈이다. 룬랩은 이달부터 100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룬컵의 베타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대부분 미국 여성이다. 미국의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킥스타터'를 통해 자금을 모았고, 국내 여성들은 아직 생리컵이 생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해외 여성들은 생리컵을 사용하는 비중이 국내보다 훨씬 높다. 2015년 말에 끝난 펀딩에 3600여명이 참가해 약 16만달러가 모였다. 
 
황 대표는 데이터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다. 룬컵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고 도출된 데이터를 사용자나 연구자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코인도 도입할 계획이다. 룬컵 사용자에게 코인을 지급하고, 사용자는 코인으로 제품을 재구매하거나 자신의 건강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룬랩의 기술력과 사업 모델은 이미 해외 무대에서 인정받았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의 피트니스·스포츠 및 바이오 테크 부문에서 'CES 2019'의 혁신상을 수상했다. 룬랩은 2019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의 한국 기업 공동관에 부스를 마련하고 룬컵을 전시할 예정이다. 황 대표는 우선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생리컵에 대한 수요가 있고 시장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의료비가 비싸고 의사 접근성이 낮아 건강 관련 데이터에 대한 수요도 더 클 것으로 봤다. 반면 한국은 아직 생리컵에 대한 거부감이 있고 시장 규모도 작다. 
 
황 대표는 삼성 종합기술원에서 의료기기 관련 연구원을 하던 현재의 룬랩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삼고초려 끝에 모셔와 헬스케어 관련 분야를 맡겼다. 3명으로 시작한 회사 인력도 11명으로 늘었다. 인공지능(AI) 분야 박사인 영국인 직원도 합류했다. 주주 중에는 산부인과 의사가 있어 제품 개발 과정에 조언을 하고 있다.
 
프로토타입 제품까지 나온 2015년 무렵 SK텔레콤이 룬랩에 투자했다.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에 달해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했던 SK텔레콤에게 스마트 생리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는 룬랩은 매력적이었다. 룬랩은 주주가 된 SK텔레콤과 지금껏 제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고 있다. 황 대표는 "룬컵으로 사용자와 연구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여성 건강 관련 데이터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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