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지난해 라면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4억달러를 넘어섰다. 최대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늘면서 성장세를 보였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라면 수출액은 4억1309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8.4% 증가했다. 라면 수출액은 2015년 2억1879만달러, 2016년 2억9036만달러에 이어 2017년에는 3억8099만달러로 3억달러를 돌파하는 등 매년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9329만달러로 전년보다 9.6% 줄었지만, 미국, 일본, 호주, 베트남 등 주요 국가에서는 모두 수출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다음으로 큰 수출국인 미국에는 지난해 5035만달러를 수출해 전년보다 22.6% 늘었고, 일본에도 3167만달러를 수출해 24.6% 늘었다.
국내 라면 시장점유율 1위 업체인 농심은 최근 미국 사업을 강화한 것이 결실을 봤다. 농심은 대표 제품인 '신라면'을 중심으로 수출을 늘리고 월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업체에서 '로드쇼(Road Show)'란 특설 매대를 운영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현지 법인에 대한 투자도 늘려 지난해 12월 LA공장에 용기면 전용 생산라인을 증설한 후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미국의 라면 시장은 연간 12억달러 규모로 용기면과 봉지면이 절반씩을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말 기준 일본 토요스이산(46%)과 닛신(30%)에 이어 15%로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내수 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만큼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는 것이 식품업계의 필수 과제이자 경쟁력"이라며 "한국의 매운맛으로 식품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는 신라면을 중심으로 라면 한류 열풍을 계속해서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말 기준 미국,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등 총 40여개 국가에 라면을 수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오뚜기의 라면 수출액은 2016년 320억원, 2017년 370억원, 2018년 450억원 등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업체 최초로 소고기 등 육류 성분을 완전히 빼고, 채소 등 식물성 재료만 사용한 '베지테리안 진라면'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다.
농심과 오뚜기는 미국에서 진행된 라면 가격 담합에 관한 집단소송에서 승소해 부담도 덜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북부지법은 지난 12일 농심과 오뚜기가 각각의 미국 현지 법인과 담합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앞서 미국의 대형 마켓인 플라자 컴퍼니(The Plaza Company)와 현지 소비자들은 2013년 7월 라면 가격을 담합했다면서 농심과 오뚜기 등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삼양식품은 여전히 대형 수출 시장인 중국에 집중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원주공장에서 닝씽 유베이 국제무역 유한공사와 중국 총판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연안 지역에 치우쳐 있던 오프라인 채널을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중국은 전체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라며 "유베이의 광범위한 물류 시스템과 유통, 마케팅 역량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서 '신라면' 등 용기면 판촉 행사가 진행되는 모습. 사진/농심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