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로 여는 주류업계)①불황 바닥 통과…발포주 인기·소주 수출 증가
발포주 신제품, 메가 브랜드 등극…"맥주 안 마시던 소비자도 시장으로 이끌어"
2019-02-25 22:00:00 2019-02-25 22: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시장 포화에 따른 업체 간 경쟁 심화와 수입 맥주와 와인 등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었던 국내 주류업계가 지난해 분위기 전환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발포주 열풍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면서 맥주의 부진을 상쇄했고, 한류의 훈풍을 타고 소주 수출도 늘어나는 효과를 보면서 올해도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2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맥주 수입액은 처음으로 3억달러를 돌파한 3억968만달러로 전년과 비교해 17.7% 상승했다. 맥주 수입액은 2015년 1억4186만달러, 2016년 1억8156만달러, 2017년 2억6309만달러 매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수입액은 2708만달러로 지난해 1월 2512만달러를 넘었다.
 
대표적인 와인 품목인 레드 와인(2ℓ 이하)의 지난해 수입액은 1억5389만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16.1% 증가했다. 지난해 화이트 와인의 수입액은 3601만달러로 전년보다 24.2%, 스파클링 와인의 수입액은 4432만달러로 10.9% 늘었다.
 
'필라이트'로 수익도 개선…경쟁 제품 '필굿'도 등장
 
이러한 악재 속에서도 시장에서는 발포주 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을 이끌었다. 지난 2017년 4월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알코올 도수 4.5도의 발포주 '필라이트'는 출시 당시 '1만원에 12캔'이란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가격 경쟁력과 함께 라거 특유의 청량감을 내세워 1년 만인 지난해 4월 355㎖ 캔 환산 기준으로 1억캔 판매를 돌파했다.
 
하이트진로는 '필라이트'를 메가 브랜드로 육성할 목표로 지난해 4월 후속 제품 '필라이트 후레쉬'도 출시했다. '필라이트 후레쉬'는 '필라이트'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인 출시 10주 만에 3000만캔이 팔렸다. 두 제품이 지난해 7월까지 기록한 누적 판매량은 3억캔, 지난해 10월까지 기록한 누적 판매량은 4억캔이 넘는다. 두 제품의 매출액은 2017년 700억원, 2018년 1600억원 수준으로 집계돼 목표로 했던 메가 브랜드 반열에도 올랐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대형마트, 편의점 위주의 가정 채널에서만 달성한 수치"라며 "맥주를 잘 마시지 않는 소비자를 시장으로 이끈 것이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필라이트'의 판매 증가에 힘입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매출액이 1조8856억원으로 전년보다 0.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04억원으로 전년보다 3.7% 늘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필라이트'가 인기를 얻자 경쟁사인 오비맥주도 이달 중순 발포주 '필굿'을 출시했다. '필굿'도 알코올 도수 4.5도며, 355㎖ 캔은 대형마트에서 1만원에 12캔을 구매할 수 있다. 뒤이어 출시된 '필굿'의 상품명과 디자인이 '필라이트'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업계는 두 제품의 경쟁이 시장 확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조성된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출시 100일 기념 조형물. 사진/하이트진로
 
기존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포함한 주세법 개정 논의가 올해 다시 이뤄지는 것도 맥주업계가 기대하는 부분이다. 종가세는 제조 원가나 수입 가격 등 가격에 세율을 곱하는 방식이며, 종량세는 주류 용량이나 알코올 도수 등에 따라 부과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신고된 수입 가격으로만 세금을 부과받던 수입 맥주보다 국산 맥주가 역차별받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맥주뿐 아니라 전 주종의 종량세 전환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오는 4월까지 주세법 개편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주세법 개정에 대해서는 수입 맥주 인기의 직격탄을 맞은 수제 맥주업계도 환영하고 있다. 업계는 주세법 개정 후 소매점에서 4000원~5000원 수준의 수제 맥주 가격이 1000원 이상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지인 공략 마케팅 효과로 동남아 수출 성장세
 
소주는 수출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최대 시장인 일본이 감소했지만,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늘면서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해 소주 수출액은 9757만달러로 전년보다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베트남으로의 수출액은 550만달러로 전년보다 41.3% 늘었고, 2016년 263만달러보다 두 배 넘게 성장했다.
 
이에 따라 국내 업체의 베트남 공략은 올해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법인 설립, 필리핀 사무소 설치 등 동남아 시장에 주력하면서 2016년부터 수출이 성장세로 돌아섰다. 하이트진로의 수출 성장세는 2016년 8%, 2017년 8.5%에 이어 지난해에는 12.5% 성장한 5284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중 동남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26.9% 성장한 1420만달러를 달성했다. 
 
하이트진로의 베트남 현지 법인 하이트진로 베트남은 그동안 미국, 일본, 러시아 등 기존 법인이 교민 위주의 영업을 펼치던 것을 벗어나 '참이슬', '진로24' 등 주력 제품을 내세워 현지인 위주의 영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현지 법인 하이트진로베트남은 2017년 '진로포차'에 이어 올해 1월 '진로바베큐'를 각각 하노이에 오픈해 소주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은 베트남에서 5년 동안 연평균 약 2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0% 증가한 약 300만병을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롯데주류는 최근 베트남 하노이에 '처음처럼'의 플래그십 스토어 'K-펍 처음처럼'을 열어 '처음처럼', '순하리' 등 주류와 떡볶이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식 안주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달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처음처럼'의 플래그십 스토어 'K-펍 처음처럼'에서 관광객들이 시음하고 있다. 사진/롯데주류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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