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가 수년간 공공기관 전용회선 사업 입찰 과정에서 담합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KT는 경쟁당국으로부터 고발 조치를 당해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자격 심사의 문턱을 넘기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통신3사와 세종텔레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33억2700만원을 부과한다고 25일 밝혔다. 공정위는 그 중 KT에 대해서는 혐의가 엄중하다고 판단해 이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은 2015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공공기관들이 발주한 총 12건의 공공분야 전용회선사업 입찰에서 들러리를 내세우는 방식으로 담함 행위를 실행했다. 업체들이 사업별로 돌아가면서 낙찰을 받기 위해 나머지 업체들이 고의로 입찰에 참여하지 않거나 막판에 빠지는 수법을 사용했다.
예컨대 2015년 4월 공고된 행정안전부의 '국가정보통신망 백본회선 구축사업'은 KT가 낙찰을 받았는데 이 때 입찰에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참여하지 않았고, 세종텔레콤은 들러리를 섰다. 대신 같은 달 진행된 2건의 다른 '국가정보통신망 국제인터넷회선 구축사업'은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가 사업을 따냈다. 사전에 이미 사업을 낙찰받은 KT는 2건의 사업에 들러리를 섰다.
이어 같은 해 미래창조과학부의 '기반망 회선사업자 선정 용역'에서는 KT가 낙찰받는 대신 들러리는 세종텔레콤이 맡았다. 역시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로인해 입찰에서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사업은 자연스럽게 수의계약으로 전환됐고, 결국 이들은 돌아가면서 하나씩 사업을 가져갈 수 있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나아가 낙찰가율도 떨어져 부당한 이득을 추가로 챙겼다. 2015년 KT가 따낸 국가정보통신만 백본회선 구축사업은 낙찰 당시에는 낙찰가율이 100.7%였지만,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후인 작년에는 62.2%로 떨어졌다. 기상청 국가기상슈퍼컴퓨터센터 전용회선 사업도 89.1%의 낙찰가율로 KT가 가져갔지만 올해 3월 다시 입찰이 이뤄졌을 때에는 60%로 하락했다. 하락한 낙찰가율만큼 이득을 KT가 챙긴 것이다.
들러리 업체에 대가를 지불한 정황도 포착됐다. 낙찰사들은 낙찰을 도와준 업체들에 회선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사용료를 지급했다. 총 132억원의 회선이용료가 5건의 사업에서 낙찰을 도와준 업체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에 공정위는 KT에 가장 많은 과징금 57억4300만원을 부과했고, LG유플러스 38억9500만원, SK브로드밴드 32억7200만원, 세종텔레콤 4억17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담합에서 시장 지배 사업자로 꼽히는 KT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KT를 검찰에 고발했다.
무엇보다 KT는 공정위 조치로 케이뱅크 최대주주가 되기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공정위 조사 결과를 보고 심사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이유로 KT가 신청한 '한도초과 보유주주 승인 심사'를 보류했다.
통신3사는 모두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다만 KT는 대응 수위가 조금 다르다. KT 관계자는 "앞으로 법적 절차에 대해 내부 검토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편 전용회선은 전용계약에 의해 가입자가 원하는 특정 지점을 연결해 해당 가입자만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신회선이다. 주로 공공기관들이 안정된 공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한다. 공공분야 전용회선 시장 시장 점유율은 KT가 38%로 가장 높고 LG유플러스 25%, SK브로드밴드는 16%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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