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뮤지션 신해철(1968~2014)의 데뷔 30주년 기념음원이 발표됐다.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음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인의 생전 숨소리까지 느껴볼 수 있다.
제작은 신해철 유족이 설립한 제작사 넥스트 유나이티드가 했다. '라젠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해에게서 소년에게', '마지막 민물장어의 꿈', '그대에게' 등 익숙한 곡들을 포함해 총 15개의 수록곡이 실렸다. 타이틀은 '고스트 터치 2'로, 지난해 12월24일 신해철 30주년 기념일에 발표한 '고스트 터치'에 이은 연작 앨범이다.
노래와 연주 모두 신해철이 생전에 사용하던 컴퓨터 안의 스케치 파일을 바탕으로 했다. 1997~1998년 영국에서 찾아낸 녹음 곡들의 원본 릴 테이프 복원 데이터와 라이브 공연 기록용 보컬 음원도 복원했다.
넥스트 유나이티드는 "보컬의 경우 정식 녹음을 앞두고 부른 가이드 보컬 음원 데이터가 주로 쓰였다"며 "그의 생생한 숨소리까지 담아내는데 집중했다"고 했다.
복원된 보컬에 맞춰 연주도 새로 녹음됐다. 김영석, 이수용, 데빈 등 넥스트 멤버와 Mr. Big의 기타리스트 폴 길버트, 그래미상에 7회 노미네이트된 편곡자 크리스 월든, 래퍼 김진표 등이 신해철의 새로운 보컬에 맞춰 13곡을 연주했다.
연주 프로그래밍 역시 신해철의 미디 '터치'가 쓰였다. 미디 음악 1세대인 그의 작업 과정은 미디(Midi) 데이터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건반을 누르는 세기까지 기록돼 마치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연주하는 느낌을 살릴 수 있었다. 그의 손길이 그대로 남았다는 의미로 앨범 타이틀도 'Ghost Touch'로 지었다.
음성복원과 거친 원본의 노이즈 제거 기술을 위해 게임 '검은사막'을 개발한 펄어비스와 협업했다.
음원 제작을 맡은 넥스트유나이티드는 "'고스트 터치'는 슬픔보다 새로운 것을 통해 신해철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도로 제작됐다"며 "앞으로도 복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신해철이 남기고자 했던 음악들을 되살려 팬들과 오랫동안 만날 계획"이라고 제작 의도를 전했다.
약치기 작가 양경수가 그린 앨범 재킷 팝업 일러스트. 사진/넥스트유나이티드
신해철은 1988년 12월24일 열린 대학가요제에서 밴드 무한궤도로 출연해 '그대에게'로 대상을 수상하며 가요계에 데뷔했다. 이후 1990년 1집을 내고 '슬픈 표정하지 말아요', '재즈 카페', '내 마음 깊은 곳의 너' 등을 히트시키며 청춘 스타로 각인시켰다.
하지만 자신의 뿌리인 밴드로 회귀, 1992년 '인형의 기사'와 '도시인' 등이 담긴 넥스트 1집을 내고 활동 했다. 메탈부터 발라드, 랩, 하우스, 퓨전 국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순례하는 입체적 음악으로 한국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만들었다.
2014년 10월27일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장 협착 수술을 받은 지 며칠 만에 심정지로 입원했으나 저산소 허혈성 뇌 손상으로 팬들 곁을 떠났다.
신해철 '고스트 터치 파트2'. 사진/넥스트유나이티드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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