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재벌개혁 동력 잃어선 안된다
2019-06-27 06:00:00 2019-06-27 06:00:00
 그가 떠났다. 기자들에게 경제학 강의를 하고, 컬러링으로 자기 생각을 대신하던 그였다.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그렇게 돌연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갑작스러운 이별에 모두 적잖이 놀랐다.
 
2017년 6월14일 공정위원장에 취임한 김 전 위원장은 세가지를 약속했다. 공정위의 존립 목적이기도 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의 확립, 우리사회의 '을'이기도 한 사회경제적 약자 보호, 외풍으로부터 '늘공(직업 공무원)'을 막아주는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역할이다. 김 전 위원장은 언제나 자신을 어공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했던 약속들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할지 모르지만 김 전 위원장이 이끈 지난 2년간의 공정위는 그 어느 정권 때보다 빛이 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 대학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위 직원들을 '물 만난 물고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공정위 역시 그에 걸맞은 성과들을 냈다. 굳이 일일이 거론하지 않아도 경쟁당국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특히 재벌개혁 분야의 결과물들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김 전 위원장이 떠나면서 공정위의 재벌개혁 정책들이 미완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재벌저격수가 떠났으니 자연스레 공정위의 재벌개혁 의지도 한풀 꺾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김 전 위원장 본인도 이를 걱정했는지 떠나는 순간에 직원들을 향해 일관되게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제 공정위 직원들은 새로운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떠나는 그 날부터 공정위원장실의 불은 꺼졌다. 누가 그 방에 불을 켜고 들어갈지 모른다. 하마평만 무성하다. 언론을 통해 언급되는 대표적 인물로는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은미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상임위원(전 공정위 심판관리관), 김남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이 있다.
 
단순한 하마평인지 궁금해 전화를 걸고, 문자를 남겨봤다. '입각 제안을 받았냐는 질문'에 '받지 못했다'는 이가 있었고,  '이야기하기 부담스럽다'며 통화를 거절한 이도 있었다. 아마도 매우 부담스러운 자리임에는 분명한 듯 하다.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것은 문재인 정부의 2대 공정위원장은 남은 재벌개혁 과제들을 완수할 선봉장이라는 점이다. 단순한 출세욕에 욕심내서는 안되는 자리다. 누가 바통을 이어받든 신임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들을 힘있게 밀고 나아가야 할 것이다.
 
조용훈 정책부 기자(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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