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김응태 기자] 유통산업이 IT 혁명에 이끌려 이커머스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고정비가 적은 플랫폼 형태의 기업이 일반적인데 비해 물류시스템을 자체 운영하면서 배송기사 등 일자리에도 기여하는 쿠팡의 행보가 주목 받는다. 4차산업 일자리 개척 사례로도 여겨지는 쿠팡은 여느 고용유발계수가 높은 기업들이 그렇듯 최근 노사갈등에 직면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산업 발전에도 중요한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쿠팡 HR 담당으로 부임한 고명주 대표이사에게 직접 방안을 들어봤다.
고명주 쿠팡 인사총괄 대표이사. 사진/뉴스토마토
이전에 여러 전통적인 기업 중역을 역임했다. 쿠팡은 비교적 젊은 기업인데 부임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지난해 한국 GM에 근무할 때, 쿠팡에서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왔다. 고민을 하다가 인터넷에서 쿠팡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고 아마존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서, 쿠팡에서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판 아마존’ 쿠팡은 세상에 없던 혁신을 만들려는 열망이 넘치는 곳이다. 56세 나이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설렜다. '쿠팡과 같이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의 비밀이 뭘까'라는 의문을 해소하고 싶은 점도 이직에 영향을 줬다.
쿠팡은 로켓배송 등 여러 시스템을 시도하면서 혁신 기업으로 인식된다.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는 배경이 궁금하다
쿠팡의 미션은 고객으로부터 ‘쿠팡 없이 그동안 어떻게 살았을까’, 이 한마디를 듣는 것이다. 로켓배송 역시 더 나은 고객 경험을 제공한다는 목표에서 시작됐다. 기존보다 빠르고 친절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주문부터 배송까지 전 과정을 쿠팡이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물론 많은 노력과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새벽·익일·정기배송과 같은 진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바탕이 됐다.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업체와 다르게 배송직원을 직접 고용하고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비용 측면에선 매우 어려운 시도인데
현재 쿠팡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2만5000명에 달한다. 2014년 로켓배송이 처음 시작된 시기와 비교하면 인원이 5배 늘었다. 빠른 성장만큼 배송 직원의 직접 고용 등 기존에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행보도 보였다. 개발 인력도 지난해 말 1200여명 정도로 늘어 기술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도 우리가 직접 고용한 직원이다. 쿠팡맨은 현재 4700명이며, 추석까지 5000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송 전 과정에서 인력 운영이 요구되는 만큼, 다양한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있다.
쿠팡이 운영하는 물류센터 모습. 사진/쿠팡
인력이 늘면서 불가피하게 노사갈등도 생겼다. '업무는 늘었고 임금은 동결됐다'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쿠팡은 쿠팡맨 노조와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노조가 제기하는 주장은 다소 일방적인 측면이 크다. 지난 5년 동안 쿠팡의 기록적인 성장으로 1인당 배송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주 52시간제 적용으로 근로 시간은 되레 감소했으며, 시간당 임금은 더 올랐다. 더욱이 물동량이 증가한 게 반드시 업무량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다. 쿠팡맨은 과거에 더 넓은 지역을 할당해 배송을 해야 했지만, 현재는 IT기술로 효율적인 동선을 적용하고 배송의 밀집도를 높여 업무 소요 시간과 거리를 줄였다.
임금체계 역시 외부 HR업체에 컨설팅을 맡기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4월부터 각 지역의 쿠팡맨 직원과 질의 응답하는 과정을 진행했다. 다른 회사 배송근로자의 현장 목소리도 청취했다. 이런 과정을 바탕으로 도출한 결과, 쿠팡맨의 처우는 적정 가치 이상이라고 판단된다. 쿠팡맨 연봉은 최소 3500만원에서 최대 4800만원 사이다. 지난 1월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임원 등 고액연봉자를 포함한 임금 근로자 전체 평균 소득은 3400여만원이다. 사회초년생들도 일한 만큼 정당한 보상을 받고자 한다면 쿠팡맨은 충분히 매력적인 직업인 것은 분명하다.
일부는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데
최근 1년 동안 쿠팡맨 정규직 전환 심사와 전환대상자들의 평균 전환율은 90%가 넘는다. 2년 이상 근무했고,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 정규직 전환 전 2년의 기간을 두는 것은 실제 업무에 계속 종사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기간이다.
쿠팡맨의 승급 평가는 ‘잡레벨’이라는 객관적인 평가 제도로 이뤄진다. 근속 기간과 평가 점수에 따라 승진의 기회가 부여되는데, 잡레벨이 높아지면 급여 또한 3~10% 상승한다. 평가 시에는 배송 역량 외에도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 쿠팡맨에 가점이 주어진다. 최근에는 무사고 기간에 따른 포상금과 개인의 배송량에 따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는 등 평가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쿠팡맨의 복지 수준은 어떤가
쿠팡맨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에게 복지혜택은 똑같이 적용된다. 가족까지 보장되는 실손 보험이 쿠팡맨을 포함한 전 직군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혜택이다. 이외에도 경조사 지원, 매월 인당 5만원 회식비제공 등 다양한 복지를 제공한다. 특히 전문심리상담사도 회사에 배치해 전화, 면대면으로 상담을 진행할 수 있다. 육아휴직 사용 직원도 다른 기업에 비해 많다. 현재 근무 중인 쿠팡맨 5명 중 1명꼴로 육아휴직을 사용한다.
다른 택배회사나 물류 업체 배송 기사와 비교할 수 있나
타 택배회사에선 간선 차량의 물품을 하차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배송 기사가 맡는다. 쿠팡은 이 분류작업을 별도의 협력업체 직원이 담당한다. 특히 쿠팡맨과 달리 다른 택배 회사의 기사들은 대부분 특수고용노동자로 분류돼 유류값, 수리비를 본인이 부담하며 퇴직금과 연차가 없다. 반면 쿠팡은 이 같은 복지 혜택을 소속 직원인 쿠팡맨에게 제공한다.
쿠팡맨이 상품을 배송하고 있는 모습. 사진/쿠팡
노조와의 눈높이를 줄이기 위한 방안이 있을까
지속적으로 대화를 하는 게 해법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부터 일부 쿠팡맨이 만든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교섭 중이다. 쿠팡 입장에서는 법을 준수하면서 우리 회사의 직원들이 만든 노동조합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대화를 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협상장에서 서로의 주장을 내세우면 서로 부딪칠 수밖에 없다. 다만 앞서 말했듯 근로 조건이 시장에서 비교할 때 결코 낮지 않다는 점을 바탕으로 설득해나갈 예정이다.
직접 경험한 쿠팡의 장점은 무엇인가
고객 관점에서 보면 쿠팡은 수억 개의 아이템이 거래되는 강점이 있다. 셀렉션 규모가 크다. 이는 전국 각지 중소업체들로부터 오는 것이다. 쿠팡과 거래하는 연매출 30억 이하 기업들의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81%나 성장했다. 쿠팡의 성장보다 더 높은 수치다. 쿠팡 시스템에는 상생이 있다. 쿠팡은 여전히 적자를 보고 있지만 중소업체와 함께 성장하고 고객을 위해 좋은 혁신을 지속하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회사라 자부한다.
마지막으로 쿠팡에서 대표 개인과 회사의 목표를 들려달라
쿠팡의 리더십원칙에 ‘Hire & Develop the Best'가 있다. 최고의 인재를 알아보고 그들이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투자해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쿠팡의 궁극적인 미션이 '고객'인 만큼, 고객에게 큰 만족감을 드리기 위해 '좋은 인재를 바탕으로 어떤 경험을 만들어낼 것인가'가 쿠팡과 나 스스로의 과제이다. 쿠팡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 뛰어난 인재를 발굴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위한 혁신을 지속할 것이다.
이재영·김응태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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