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정부·여당이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입법을 추진하는 가운데 관련 업계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미 소재 국산화 노력을 해온 데다, 국내 소·부·장 산업경쟁력이 강화되면 가격과 공급안정성 차원에서 긍정적이란 평가다. 다만 오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정책 안정성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9일 정치권과 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산업통상자원부, 청와대는 지난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3차 회의’를 열고 특별조치법을 당론으로 발의해 정기국회 내 처리 노력키로 결의했다. 소·부·장 산업경쟁력 강화는 일본의 경제보복과는 별개로 기술독립을 이뤄내고 글로벌 제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 입장을 같이 했다.
소·부·장 산업경쟁력 강화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이 핵심이다. 당정청도 수요·공급 기업 간 건전한 협력 생태계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정승일 산업부 차관은 “여러 단계에 걸쳐 협력을 진행하는데 제일 먼저 수요기업이 어떤 제품과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로드맵 공유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재·부품·장비·인력발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세균 의원은 “정부지원으로 중소부품업체들이 소재부품을 개발한다 해도 대기업이 구매해주지 않으면 의미 없는 일”이라며 “기술개발 단계부터 최종 제품 생산까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기획하고 양산해가는 협력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당정청은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수출규제 대응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을 더불어민주당 당론으로 발의해 정기국회 내 처리 노력키로 결의했다. 사진은 회의에서 정세균 소부장인력발전특위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철강·조선·중공업·정유·석유화학업계는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철강은 범용 소재이기에 특별히 판매처가 고정되지 않고 반드시 국산이 아니면 안 되는 건 0.2%도 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소·부·장 국산화로 도움을 보기도 했다. 최근 현대중공업그룹은 18만톤급 LNG추진선용 연료탱크에 적용할 9%니켈강 공급계약을 기존 공급처이던 해외 철강사 대신 포스코와 맺었다. 앞서 지난해 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LNG이중연료 추진선에도 포스코가 자체 개발한 ‘고망간강’ 소재 연료탱크를 적용하기도 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주요 소재 국산화는 물론 관련 투자 활성화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호평했다.
조선업계는 이전부터 꾸준히 국산화 노력을 해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이 근 수 십년간 세계 1위를 하면서 국산화율이 높고 일본이나 유럽으로부터 의존하는 장치는 항통장비 등 일부”라면서 “그마저도 완전히 대체불가하다기보다는 값이 더 싼 것뿐인데 그런 금액을 정부가 보전해준다든가 해서 중소기업 경쟁력을 살리면 당연히 쓴다. 국내기업이 대응력이 더 빠르고 조달도 원활해 구매업무를 하는 모든 기업은 원하는 바”라고 반색했다. 중공업·중장비 부문도 정부 지원은 단가 면에서도 도움이 되기에 기업엔 혜택이 된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도 긍정적이다. 전반적으로 유지보수나 공정 과정에 필요한 기술소재 일부를 수입하는데 수급불안정 등 리스크가 줄어든다면 ‘윈윈(win-win)’ 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소재분야 국가경쟁력 강화 취지에 공감하고 생태계 강화에 힘쓰겠다”며 적극적인 동조 입장을 밝혔다.
석유화학업계도 환경규제 등 규제 완화가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만 정책 안정성 차원에서 우려가 있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불화수소의 경우 국내 기업도 이미 만들고는 있지만 순도가 낮아 외산을 쓰는데 정부 지원으로 순도를 높이는 등 투자가 이뤄지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지만 전혀 안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하긴 힘들다. 오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석화업계 다른 관계자도 “소재부품 산업이라는 게 1~2년 한다고 되는 게 아닌 만큼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장기적 안목으로 정책이 일관되게 진행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쓴 소리도 나왔다. 중공업계 한 관계자는 “굳이 부가가치가 높지 않아 다른 공급선이 더 효율적인 경우도 있는데 국산화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오히려 비용 등 경쟁력에서 손해 볼 상황은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우려했다. 또한 전자나 자동차, 첨단소재 등 소·부·장이 제품 생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산업 부문에는 무조건 국산화가 아니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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