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숨진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 A씨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에 경찰의 참관을 허용했다. 현재,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첩보 문건 수사의 참고인 조사 직전 숨진 수사관 A씨의 유서와 통화 내용으로 검찰의 별건 수사 압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검찰이 이례적으로 숨진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에 적절성 논란 등 역풍 불자 위기 모면용으로 경찰 참관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보여진다. 여권에서는 검찰의 강압 수사 의혹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무부에 특별감찰을 요구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서고 있다.
3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 2일 서초경찰서에서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후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 참여 등 필요한 수사 협조를 검찰에 요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현재 검찰과 경찰이 포렌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앞서 검찰은 2일 오후 3시20분쯤부터 약 1시간40분 동안 서초경찰서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확보한 유류품에는 A씨의 휴대전화와 사망 현장에서 발견된 자필 메모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A씨의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지만, 별건 수사 등 의혹과 관련해 이러한 조처에 의문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역임한 김한규 변호사는 "이번 사안은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한 경위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며 검찰 수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민감한 내용이 있으므로 투명성을 기하는 차원에서 경찰의 참여도 검찰의 입장에서 한층 신뢰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렌식 과정에서 경찰이 참여하겠다는 주장이 이례적이지만, 터무니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도 이번 사건의 한 축이라고 볼 수 있다"며 "변사사건을 경찰이 맡는 것에 따라 원래대로라면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한 경찰의 문제 제기가 설득력이 있지만, 이번에는 검찰의 조처가 맞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포렌식 결과를 두고 축소 또는 은폐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며 "검찰과 경찰의 합동 포렌식이 이례적인 만큼 결과가 신뢰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검찰이 휴대전화 통화 내용을 포렌식으로 확보해 증거를 자신만 확보하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경찰에게 보이지 않겠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검찰도 의혹을 남기고 싶지 않다면 경찰과 증거를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상임위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최근 고래고기 사건과 관련한 수사관 사망 경위에 의문 없도록 검찰은 그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며 "검찰 수사팀에 강압 수사가 있었는지 즉각 특별감찰을 시작해 규명할 것도 법무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복되는 검찰의 정치 수사의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A씨가 직접 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에는 '가족을 배려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박이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특히 청와대에서는 이례적으로 A씨의 통화 내용을 공개하면서 A씨가 김기현 전 시장의 첩보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검찰이 A씨를 상대로 별건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커지고 있다.
청와대에 따르면 A씨는 울산지검으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날인 지난달 21일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울산지검에서 오라고 한다.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울산 고래고기 때문으로 밖에 없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씨는 이후 같은 달 24일 B씨에게 다시 전화해 "앞으로 내가 힘들어질 것 같다. 그런 부분은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2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이송받은 김 전 시장의 첩보 문건 의혹에 관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달 1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A씨는 그날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3일 서초경찰서와 숨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초경찰서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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