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해 3분기 가계가 쌓아둔 금융자산이 17조6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고강도 규제가 지속되면서 가계가 주택구입을 미룬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제부문별 자금운용·조달 차액 규모. 자료/한국은행
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 3/4분기 중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운용, 즉 여유자금은 17조600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조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순환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정부, 기업, 가계 등 경제부문 간 금융거래를 정리한 통계다. 자금순환 통계상 순자금운용은 가계가 예금이나 펀드, 보험 등으로 운용한 자금에서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조달자금을 뺀 여윳돈을 말한다.
가계 순자금운용규모가 확대된 것은 가계가 주택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유예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 이어지면서 가계가 주택 구입을 미루고, 이에 대출수요도 줄면서 가계 여유자금 확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인규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와 비영리 단체의 자금조달에는 주로 소득에서 지출을 뺀 남은 금액으로 운용되며 투자에 연동이 되는데, 가계부문 투자는 주로 주택 구입에 따른 부동산 투자가 많다"면서 "3분기 역시 지난 1,2분기와 같은 흐름을 이어갔지만 전년동기 대비 순자금운용 규모 증가폭은 1,2분기 보다 다소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따라 15억원 초과 초고가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이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전면 금지 됐다. 9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도 20%(현행 40%)로 축소됐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사진/뉴시스
2분기 가계 자금운용은 39조3000억원으로 전년동기(37조9000억)대비 확대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저축성 예금이 포함된 금융기관 예치금(25조9000억)이 전년동월대비 8조7000억원 늘었다. 반면 비거주자 발행주식을 제외한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7000억원)는 전년동월대비 5조4000억원 줄었다.
늘어난 폭을 보면 단기저축성 예금은 지난 2분기(10조8173억)보다 3분기(15조80억)로 크게 늘었다. 저금리 상황에서 가계 입장에서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수요가 줄고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예치기관인 은행으로 자산을 운용했고 또 올해부터 신예대율이 적용되면서 금융기관의 유치경쟁이 늘어난 영향이다.
3분기 비금융법인(일반기업)은 자금운용과 자금조달 모두 전년동기보다 축소되면서 순자금조달 규모는 18조9000억원으로 전년동기(8조8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자금 조달 규모가 줄었음에도 3분기 중 자금규모가 늘어난 것은 자금운용이 더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인규 팀장은 "자금 운용은 기업 측면에서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과 연동이 되는데 지난해 경기부진에 따라 기업의 수익성이 전년 대비 둔화하면서 투자 부진 등 기업 자금 운용 여력이 약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홍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예산 조기집행 목표를 역대 최고 수준인 62.0%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사진/뉴시스
정부 여유자금 규모는 축소됐다. 3분기 정부 순자금운용은 16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17조9000억원)에 비해 소폭 줄었다. 경기대응을 위해 정부가 재정집행을 늘린 영향이다.
이 팀장은 "통상 정부는 상반기 중에 재정집행을 집중하기 때문에 상반기에 자금운용규모가 줄어들고 하반기는 걷어들인 세수로 자금 운용을 충당한다"면서 "지난 2018년 3분기는 초과세입이 있어 기존 국채를 상환하는 쪽으로 운영했지만 올해 국채 순상환비율이 예년만큼 못됐다는 것은 여전히 하반기에도 정부가 적극재정 기조를 유지했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가계의 여윳돈은 늘었지만 정부와 기업의 여유자금은 줄어들면서 국내 전체 순자산운용 규모는 16조8000억원으로 전년동기(27조6000억원)대비 크게 축소됐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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