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전국 어린이집이 오늘부터 일제히 휴원하면서 고령의 조부모들이 아이를 돌보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는 어린이집 내 긴급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코로나19 감염증이 옮을까봐 맞벌이 가정의 외면을 받는 것이다. 할머니 할아버지 찬스를 못받는 맞벌이 학부모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하는 상황이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전국 어린이집은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휴원을 시행했다. 돌봄 공백 방지를 위해 어린이집에 당번교사를 배치해 긴급보육을 실시하지만 맞벌이 학부모 상당수는 이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원을 할 정도로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어린이집을 나가는 게 '난센스'라는 것이다.
때문에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맞벌이 부부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고양에 31개월 자녀를 둔 아빠 A씨는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다. 어머니가 말씀은 안하지만 아이가 또래보다 커서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며 "다음주부터 아내가 유연근무를 해 하루 이틀은 집에서 볼 수 있겠지만, 안되면 긴급돌봄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7개월 아이가 있는 학부모 B씨도 "긴급돌봄은 기존 반별로 편성되는 게 아니라, 연령 구분 없이 원생들을 모아놓아서 감염 우려가 있다"며 "처가댁에 맡기기는 했지만 더 이상 애를 보기 힘들다. 다음주에는 어린이집에 보낼 상황이라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의 돌봄 구조가 기관 돌봄 위주로 짜이다보니 현재와 같은 돌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부모가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재택 근무나 특별휴가를 실시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책을 하루 빨리 내놓고, 보다 장기적으로는 노동 시간 단축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조부모는 이번 질병에 취약한 지점이 있고, 이런 국가재난상황에서는 부모가 직접 돌보는 게 맞다"며 "단순히 하루 이틀 연차 쓰게 해서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7일 서울 한 어린이집에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