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을 노리는 '조현아 연합군'의 공세가 매섭다. 이달 말 열릴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방해가 될만한 요인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 법원에 각종 가처분 신청을 끊임없이 내고 있다. 특히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우호 세력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통과될 경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주주연합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등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 단체의 임원이 조 회장 측 인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구성원 개개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은 3.8%다.
가처분 신청은 어떠한 사안에 대해 법원의 빠른 결정을 요구하는 제도로, 법원이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빠르면 15일에서 늦으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주연합 법률 대리인인 강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주총 날짜가 나왔기 때문에 법원이 이전에 판단해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오른쪽) 주주연합이 이달 말 한진칼 주총을 앞두고 각종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있다. 왼쪽은 조원태 회장. 사진/뉴시스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이들 단체가 실제로는 조 회장의 특수관계인인데 대량보유변동보고를 함께 하지 않았다며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이 주장을 인정하면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 요구대로 의결권을 막을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서류상으로는 영향력을 미치는 관계는 아닌걸로 보이기 때문에 실제로 조 회장이 이들 단체에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했는지가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며 "다만 두 단체 모두 임직원 찬반 투표 비율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불통일행사'를 하므로 의결권 금지까지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은 이외에도 반도건설 의결권 행사와 자신들이 낸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도 냈다. 한진그룹은 반도건설이 지분을 추가로 사면서 매입 목적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고 문제 삼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의결권 자체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주제안 안건 상정 가처분 신청에 대해 KCGI 관계자는 "한진그룹이 주주연합 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건설 의결권과 주주제안 안건 상정을 보장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장치로, 한진그룹도 이에 대해 태클은 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가장 최근 제기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 조 회장의 상황이 약간 불리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달 27일 열리는 주총에서 의결권 있는 지분율은 조 회장 측 33.45%, 조 전 부사장 주주연합 31.98%로, 양측 차이는 1.47%p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