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1~3학년 온라인 개학 합류…원격 수업은 엄마 몫?
우려했던 접속 대란 해결했지만, '엄마 개학' 우려 현실로
2020-04-20 16:56:30 2020-04-20 17:08:56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초등학교 1~3학년 학생들이 20일 3단계 온라인 개학을 맞으며 전국 초·중·고 학생이 모두 원격 수업을 시작했다. 개학이 연기된 지 49일 만의 일이다. 1, 2차 개학을 겪으며 서버를 보강해 이날 우려했던 접속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혼자서 학습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저학년의 개학이 '엄마 개학'이 될 것이라던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학부모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이날 온라인 개학에 합류한 초등학교 1, 2, 3학년은 약 137만명이다. 앞서 개학한 학생들과 합하면 총 540만명이 원격 수업을 받는다. 교육부에 따르면 초등학교 1~2학년은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며 자기 주도 학습을 하기 어려운 나이여서 한국교육방송(EBS)의 방송 위주로 원격 수업을 받게 된다.
 
전국 초등학교 1~3학년이 온라인으로 개학한 20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신영초등학교 교실에서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가장 우려됐던 서버 문제는 없었다. EBS 온라인 클래스나 e학습터 등 대부분 원격 수업 플랫폼은 일시적인 접속 지연 외에는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오전 9~10시쯤 e학습터 접속 지연 문제가 있었고, EBS 온라인 클래스도 일부 동영상 끊김 현상이 발생했지만, 한꺼번에 접속자가 몰려 벌어진 일시적인 문제로 끝이 났다. 민간 플랫폼인 하이클래스는 오전 8시 50분부터 접속 불량이 발생했지만, 10시 이후부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초등학교 3학년을 가르치는 교사 A씨는 "EBS 온라인 클래스 서버가 매우 좋아졌다"며 "우려보다 전반적으로 원활하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EBS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EBS 온라인 클래스 최고 동시 접속자 수는 60만1390명(오전 9시 42분)이다. 업계에 따르면 EBS 온라인 클래스는 LG CNS의 아키텍처최적화팀의 도움으로 서버 안정화에 성공했다. LG CNS 관계자는 "서버가 완전히 안정화될 때까지 EBS를 지원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진숙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본부장은 "e학습터 최대 동시 접속은 오전 9시 10분쯤으로 62만 760명이었다"며 "총 방문자 수는 보통 동시접속자 수의 약 3.5배이므로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오늘만 약 200만명이 e학습터를 방문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생님들도 만반의 준비를 다 했다. 충북 청주시에서 초등학교 2학년을 가르치는 B씨는 온라인 개학을 위해 학생 및 학부모들과 영상통화로 원격 수업 플랫폼 접속 방법 등을 안내했다. 그는 지난주까지 40~50쪽 분량의 학습 꾸러미를 만들어 각 가정에 미리 배포하기도 했다.  
 
서버는 원활했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 힘든 부분이 많아 학부모가 상시 곁에 있어야 했다. 온라인 개학으로 엄마들의 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C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의 원격 수업 때문에 최근 대학원을 휴학했다. C씨는 "오전에 대학원 강의가 있어 줌으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같은 시간에 아이도 줌으로 화상 영어 수업을 듣게 됐다"며 "오전에 두 대나 화상 수업을 진행할 엄두가 안 나서 휴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D씨도 원격 수업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초등학교 2, 4, 6학년 아이 세 명을 키우고 있는 D씨는 "첫째와 둘째는 원격 수업 플랫폼을 이용해 수업하기 때문에 옆에서 접속하는 걸 지켜봐야 하고, 막내는 집중해서 혼자 공부하기 어려워 꾸러미 과제를 도와줘야 한다"며 "전업주부인 나도 이런데 일하는 엄마들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했다.
 
부산 남구에서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E씨는 "오늘 아이 개학 때문에 휴가를 냈다"며 "초등맘 카페를 보면 휴직을 한 엄마들도 많고, 일을 그만뒀다는 엄마들까지 꽤 있다"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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