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코로나 여파로 가계가 지갑을 닫으면서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이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폭 급감했다. 특히 저소득층은 소득이 늘지않아 허리띠를 가장 크게 졸라맸는데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은 2분기에 더 크게 반영될 가능성이 커 정부가 고민에 빠졌다.
강신욱 통계청장이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1/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35만 8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3.7% 증가했고 가계 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전년동분기대비 4.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뉴시스
21일 통계청의 1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2인이상 가구의 가계지출은 394만5000원으로 1년 전보다 4.9% 감소했다. 이는 통계 작성을 시작한 지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의류·신발, 오락·문화, 음식·숙박 등을 중심으로 씀씀이를 크게 줄인 영향이다.
강신욱 통계청장은 "이번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영향은 비교적 분명하게 관측된다"면서 "통상 전년도 4분기에 비해 다음 해 1분기는 지출이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이전의 시계열과는 이례적으로 지출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저소득층의 타격이 컸다. 하위 20%를 뜻하는 1분위의 소비지출은 148만6000원으로 전년동분기 대비 10.0%나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근로소득이 3.3% 줄어들면서 소득증가율이 제자리걸음을 기록해서다. 소득증가율은 2분위 0.7%, 3분위 1.5%, 4분위 3.7%, 5분위 6.3% 등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증가폭도 컸다.
강 청장은 "1분위는 코로나19로 일자리 상실, 급여삭감 등의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며 "특히 근로 소득은 당분간 긍정적인 예측을 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1분위는 교육(-49.8%), 가정용품·가사서비스(-46.7%), 의류·신발(-36.0%) 등에서 지출을 크게 줄였다. 이 외에도 기타 상품·서비스(-12.1%), 보건(-10.7%)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감소했다. 반면 통신(12.1%), 식료품·비주류음료(10.8%), 주류·담배(9.2%) 등 항목은 늘었다. 이에 비해 5분위 가계의 소비지출은 월평균 468만6000원으로 1년 전보다 3.3% 감소하는 데 그쳤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의 비중을 뜻하는 평균소비성향 역시 18.6%포인트 떨어져 감소폭이 1분위가 가장 컸다. 4분위(-4.1%포인트)와 5분위(-6.4%포인트)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아 저소득층일수록 소비가 더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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