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 내내 침체됐던 대형선 발주시장이 모처럼 활기를 띄고있다. 조선 빅3는 23조원 규모 카타르 LNG선 사업을 따냈고 조만간 러시아, 모잠비크 등에서도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대형사와 달리 중형조선 3개사는 올해 들어 6척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는 조선소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올 6월까지 단 한척도 수주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발주 프로젝트의 진척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조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일감은 빠르게 줄고 있다. STX조선 수주잔량은 7척으로 내년 3월엔 남은 일감이 모두 떨어진다. 최소 2년치 일감을 확보해야 조선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데 1년치도 안된다. 남은 기간 동안 추가 수주가 없으면 당장 조선소 문을 닫아야 할판이다.
STX조선해양 조선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수주난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지난 2018년부터 생산직 500여명이 두개조로 나눠 6개월씩 순환 무급 휴직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일감 감소로 고정비 부담이 늘자 생산직은 물론 사무기술직 510명도 순환 무급휴직에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STX조선 관계자는 "물량은 계속 줄어들고 있어 내년 3월에는 일이 아예 끊긴다"며 "지금부터 고정비를 줄여 건조비용을 확보해야 코로나 사태 후 올 수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중견 조선소인 대선조선의 수주상황도 저조하다. 올해 선박 2척만 따내 총 14척을 가지고 있다. 일단 가까스로 내년 말까지 일감을 확보했지만 추가 수주가 절실하다.
중견조선소 중 그나마 가장 안정적인 곳이 대한조선이다. 올해 들어 4척을 수주해 총 20척의 수주잔량을 가졌다. 2년치 일감이 있는 유일한 조선소다. 다만 올해 수주목표 16척을 달성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사진/현대중공업
이처럼 조선업 장기 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중형 조선업계가 좀처럼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대형 조선사에 대한 회복 기대감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최근 조선 빅3(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카타르에서 23조원 규모 LNG선 잭팟을 터트렸다. 여기에 러시아, 모잠비크 등 다른 LNG프로젝트의 발주 움직임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형 조선사는 대규모 프로젝트가 기다리지만 중형조선소는 수주환경이 언제쯤 개선될지 예측도 못하고 있다. 고정비를 줄여 건조자금을 마련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주 가이드라인도 따라야 한다. 채권은행은 수주가격이 원가 이상이어야 RG(선수금환급보증)를 발급해주고 있다. 저가 수주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중형조선업계는 선가가 떨어지는 와중에 수주가이드라인을 지키려다 보니 수주영업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중형조선소 한 관계자는 "일감 부족으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수주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RG 기준을 완화하거나 금융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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