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부적격 논란이 일었던 양창수 대검찰청 검찰수사심의위원장이 결국 직무에서 빠지기로 했다.
양창수 위원장은 16일 "오는 26일 개최되는 위원회 현안위원회에서 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회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회피 사유에 대해 양 위원장은 이번 심의 대상이 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사건의 피의자 중 하나인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의 친분을 거론했다. 양 위원장과 최 전 실장은 서울고 동창이다.
양 위원장은 "이번 위원회에서 논의되는 사건의 피의자인 최지성과의 오랜 친구 관계"라며 "그가 이번 위원회 회부 신청의 당사자가 아니라고 해도 이번 위원회에서 다뤄질 사건의 공동 피의자 중 한 사람으로서 다른 피의자들과 동일한 소인을 구성하고 있는 이상 이와 같은 인적 관계는 회피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다만 양 위원장은 대법관 재직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에 대한 판결 등 최근 제기된 논란에 대해서는 회피 사유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그 외에 언론에서 제기된 사정들, 예를 들면 2009년의 이른바 에버랜드 전원합의체 형사 사건에서의 관여, 올해 5월22일자 매일경제신문에 게재된 글, 처남의 현재 소속과 직위 등은 개별적으로는 물론이고, 이들을 모두 합하더라도 이번 위원회에서 다룰 사건의 내용과 객관적으로 관련이 없는 바로서 회피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12일 오후 검찰총장이 이 사건으로 위원회를 소집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회피 여부를 검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러나 그 결심에 앞서서 위원회에 회부되는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 특히 그 혐의 사실에서의 최지성의 위치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는 주말이 지나고 어제(15일)에서야 현실적으로 가능했다"고도 했다.
또 "이어서 종일 우선 이러한 회피의 의사를 위원회 개최 전에 공표하는 것이 허용되는지의 문제, 그리고 종전에 없던 사태인 위원장의 회피 후 위원회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 필요한 여러 사항, 예를 들면 위원 15인의 선정 시기와 방법, 위원장 대리의 선임 방법과 권한, 위원회 진행의 내용·방식 등 대체로 절차적인 점을 대검의 위원회 담당 검사 등과 함께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내용도 논의했다"며 "관련 규정도 새삼 면밀히 살펴봤다"고 부연했다.
이어 "위원회에 관한 대검의 운영지침에 따라 26일 위원회에 참석해 소정의 절차에 좇아 이와 같은 회피의 의사를 위원들에게 밝히고, 위원장 대리의 선임 등 향후의 진행에 관해 관련 절차를 설명한 다음 위원회 자리를 벗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소집요청서를 받아 삼성물산 불법 합병과 회계 부정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결정했을 때부터 양 위원장에 대한 부적격 논란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같은 날 논평에서 "심의위원회 위원장인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양창수 교수는 2009년 5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 사건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법관 중 1인"이라며 "심의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엄중한 범죄에 대해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라고 직무 수행에 대한 회피 신청을 요구했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불법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사건에서 이미 무죄 판결을 선고한 이력이 있는 양창수 전 대법관은 넓은 의미에서 운영지침 제11조 제1항 제3호의 재판에 관여한 공무원으로 심의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한 사람에 포함된다고 보인다"며 "양창수 대법관이 심의위원회에 참여한다면 그 결과와 무관하게 또 다른 부적절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추가 논평에서 "양창수 위원장의 직무 부적격 사유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며 "그 내용은 양 위원장이 5월22일 매일경제에 '삼성 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옹호하는 취지의 칼럼을 기고했다는 것과 양 위원장의 처남이 삼성서울병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삼성물산 부당 합병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이 양 위원장의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것"이라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불법 경영승계 혐의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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