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카드사들이 레버리지 규제 완화와 함께 금융당국이 주문한 배당 축소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올 하반기 카드사의 레버리지 배율이 8배로 완화되지만 순이익의 30% 배당 시에는 7배로 제한된다. 사진은 카드가 놓여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 하반기 카드사의 자산 성장과 신사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레버리지 한도를 기존 6배에서 8배로 완화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 감독규정 개정안이 시행된다. 레버리지는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레버리지가 늘어나면 자산운용 여력이 커진다.
다만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완화 정책 적용 시 조건을 부여했다. 레버리지 완화가 카드사의 배당액 증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직전 1년간 당기순이익의 30% 이상 이익배당 시에는 레버리지 한도를 7배로 제한했다.
이 같은 제한 규정이 올해 카드사의 배당 정책을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카드사들이 신사업 투자 등 자금 압박을 줄이기 위해 레버리지를 최대한도로 늘리려면 배당성향을 과거보다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다수의 카드사는 순이익의 30%를 넘는 배당 정책을 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결 기준 카드사 배당성향(배당금/순이익)은 △신한카드 65.0% △삼성카드 49.6% △KB국민카드 31.0% △현대카드 60.0% △롯데카드 41.0% 등을 기록했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카드사들은 배당정책을 쉽게 바꾸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배당성향이 낮아질 경우 주가가 떨어지고 이는 투자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의 경우 주요 지분이 지주사에 있는 데다 은행주 특성상 배당이 중요하기 때문에 배당성향을 쉽게 낮출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증권업계에서 지주나 은행 주식들은 주가 등락이 아닌 배당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배당성향을 쉽게 포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주식회사는 레버리지 확대로 자산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주식의 가격으로 성과를 평가받는 것인 만큼, 무조건 배당을 줄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같이 카드사들이 기존 배당성향을 유지할 경우 레버리지 완화 효과는 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에 대한 투자나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기 위한 자금 융통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레버리지 완화가 배당 잔치로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배당성향 제한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정부의 레버리지 완화 지침도 중요하지만 주주의 생각도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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