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번 주부터 구속기소된 피고인에게 전자장치 부착을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새로운 보석 제도의 도입은 지난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7년 만이다.
법무부는 오는 5일부터 구속기소된 피고인을 대상으로 '전자장치 부착 조건부 보석(전자 보석)' 제도를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제도의 시행은 지난 2월4일 전자장치부착법 개정에 따른 것이다.
보석 제도는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운용돼 왔지만, 석방된 피고인의 도주 우려와 그에 따른 출석 담보 곤란 등의 사유로 제한적으로 활용됐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년간 평균 구속기소된 피고인의 3.9%만이 보석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불구속 재판 원칙을 실현하고, 올해 7월30일 기준 전국 교정기관의 미결구금 인원의 비율이 35.4%에 달하는 등 과밀 수용을 완화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67년 만에 전자 보석 제도가 도입됐다. 특히 석방된 피고인의 위치를 24시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IT 기술의 발달도 제도의 도입의 중요한 배경이 됐다.
전자 보석 대상자에게 성폭력, 살인, 강도, 미성년자 유괴 등 4대 사범이 부착하는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은 인권침해 여지가 높다는 의견에 따라 이번 대상자에게는 기존 전자발찌와는 다른 스마트워치 방식의 손목시계형 장치를 부착한다.
손목시계형 장치는 기존의 전자발찌가 주는 부정적 선입견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며, 24시간 실시간 위치 파악과 훼손 또는 손목에서 분리했을 때의 경보 등 물리적 기능은 기존 전자발찌와 같다. 그러면서도 LCD 화면에 애플리케이션과 디지털시계 표출, 보호관찰관과의 통화와 문자 송수신 등 기능은 시중의 스마트워치와 유사하게 제작해 장치를 부착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했다.
전자 보석은 법원 직권, 피고인과 피고인의 변호인 등의 청구에 따라 법원이 결정하고, 보호관찰관이 집행한다.
법원은 전자 보석을 결정할 때 대상자의 도주 우려 차단, 피해자 접근 방지 등을 위해 △재택구금 △외출제한 △주거제한 △피해자접근금지 등 대상자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조건을 부과한다. 이중 재택구금은 병원 진료 등 특별한 사유로 허가받은 경우 외에는 거주지 밖으로의 외출이 불가능해 신체를 구속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구속과 같은 효과를 담보한다.
보호관찰관은 실시간 위치정보 등을 기반으로 대상자의 준수 사항 이행 여부를 감독하고, 위반 사항이 발생하면 즉시 확인해 법원에 통보한다. 대상자의 준수 사항에는 전자장치 훼손, 충전 불이행 등 의무를 위반한 것도 포함된다. 이때 법원은 전자 보석을 취소해 다시 구속할 수 있다.
앞서 법무부는 이번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총 33명을 대상으로 시범으로 제도를 운용했다. 유형별로는 재택구금 9명, 외출제한 12명, 주거제한 12명으로 시행했으며, 이중 고의로 보석의 조건을 위반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전자 보석 제도가 피고인의 구금으로 인한 가족관계 단절 예방, 자기방어 기회의 실질적 보장, 불구속 재판의 실현 등 인권보장을 위한 일반화된 정책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아울러 대상자의 준수 사항 이행 여부를 24시간 365일 엄격하게 감독해 공판 절차에의 출석과 향후 형 집행 단계에서 신체 확보를 담보하는 정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자 보석 제도 홍보 포스터. 사진/법무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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