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여름철 집중호우 때마다 상습 침수구역을 중심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반복되는 상황에 전문가들은 홍수 피해 예방을 위해 과거에 지은 배수시설들을 현재 기후나 상황에 맞게 대대적으로 보수·교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반도 지역의 아열대화가 진행되면서 단시간 집중적으로 퍼붓는 국지성 폭우(스콜)가 늘며 피해 예방도 쉽지 않은 만큼 각 지형적 특성에 맞는 시설을 확충하고 인명·재산 피해 등 위험 특성에 맞게 홍수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6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전문가들은 노후·불량 하수관 재정비, 빗물저류시설 확충 등은 물론 나아가 근본적으로 각 지형적 특성에 맞는 홍수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국지성 집중호우 때마다 반복되는 물난리의 가장 큰 원인에는 하수관 용량 문제가 있다. 과거에 축조된 하수도관 설계용량이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예측하기 어려운 집중호우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상습 침수구역 대부분은 물이 모이거나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지형적 특성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다른 지역에 비해 더 큰 하수도관과 빗물 그릇이 필요한 것이다. 도심의 '워터파크'로 불리는 강남역의 경우 오목하고 지대가 낮은 지형으로 세 방향에서 물이 모인다. 지난 2010년, 2011년 물난리 이후 2018년 배수관 수리가 완료됐지만 시간당 빗물 저수용량을 초과하면서 올해도 어김없이 하수도관 역류 피해가 발생했다.
시간당 80밀리리터(ml) 정도의 폭우에 밀물까지 겹쳐 피해가 컸던 부산의 경우는 20~30년된 노후 하수관이 전체 하수관의 약 82%를 차지한다. 홍수 피해 발생시 해마다 노후 하수관로 정비를 이어왔지만 땜질 수준에 그쳤을 뿐 근본적인 예방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도시화에 따라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못하는 영향도 있는 만큼 빗물 저류시설 설치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사실상 자연재난 관련 정책은 눈 앞에 보이는 단기적 대응·복구에만 치중하는 경향이 많다"면서 "하수관 용량을 큰 것으로 교체한다거나 빗물저류시설 등을 확충하는 것은 상당한 재정과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각각의 지방자치단체가 후진국형 사후약방문 식의 대응이 아니라 예방에 정책에 초점을 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상습 침수 피해 지역이었던 서울 강서구·양천구는 이번 폭우에 큰 피해를 입지 않았던 것은 '신월 빗물 저류배수시설'의 역할이 컸다. 최대 32만톤의 빗물 저장용량을 가진 이 시설은 시간당 100밀리미터(ml)의 극심한 강우에도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설계됐다. 지난 2010년 물난리 이후 공사가 시작된지 10년만에 완공됐지만 이번 집중호우를 겪으며 상습침수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대책으로 떠올랐다.
근본적으로는 각 지역적 위험특성을 고려해 홍수방어목표를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상은 국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센터장은 "우리나라는 하천등급에 따라 설계빈도 범위를 구분하고 관리청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일부 구간을 상향 조정하는 홍수방어목표 선정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하천기본계획 수립 시 하천연안의 인명피해, 경제적 손실 등 위험특성에 따라 홍수방어목표를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결정할 수 있도록 하천설계기준 개정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구가 집중된 도시구간에는 미리 하천연안의 위험도 평가를 의무화하고 홍수 위험도를 본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 지역에 호우특보가 발효된 지난 2일 서울 강남구 강남역 11번출구 인근에 하수 역류를 막기 위해 모래주머니 등이 설치돼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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