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단체교섭 거부에…대리노조 "부당노동행위로 제소"
카카오모빌리티 "대리 서비스 특성상 단체협약 체결 지위 있는지 불분명"
대리노조 "대리노조 신고필증 내준 노동부 결정 무시하는 것"
2020-08-28 19:14:09 2020-08-28 19:14:09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민주노총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대리노조)가 대리운전 호출 서비스 '카카오 T 대리'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카카오모빌리티가 이를 거부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대리운전 기사들의 사용자 지위에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리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노동부에 부당노동행위로 제소할 계획이다. 
 
대리노조는 28일 카카오모빌리티가 단체교섭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대리노조는 지난 14일 카카오모빌리티와 면담을 갖고 정식으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지난달 17일 노동부가 신고필증을 교부하면서 정식 노조로 인정받아 교섭 자격을 갖췄기 때문이다. 당시 대리노조와 만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를 검토할 시간을 요청했지만, 결국 이날 교섭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서비스 특성상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위가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법률 검토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기사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신 단체교섭 형태가 아니더라도 대리노조와 소통을 이어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대리운전 기사의 권익 향상이 필요하다는 노조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대리운전 업계-정부-국회 당사자가 한 데 모여 숙고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어떨지 검토해 주십사 노조 측에 의견을 전달했다"고 했다.
 
대리노조는 노조 필증 자체가 자신들의 교섭 당사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때문에 이런 카카오모빌리티의 태도가 "최소한의 법적의무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며 "대리노조의 신고필증을 내준 노동부와 전국 광역시도 지자체 단체장의 결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리노조는 법적 조치를 동원해 카카오모빌리티와 단체교섭을 진행할 계획이다. 김주환 대리노조 위원장은 "노동부가 노조 필증을 내줄 때 카카오모빌리티가 노조법상 우리의 교섭 상대가 맞다고 했다"며 "법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카카오모빌리티를 부당노동행위로 지노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주에 지노위 신청할 예정이며, 한 달 내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리노조는 이날 부산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을 예로 들며 자신들의 노동자성을 강조했다. 대리노조의 지부인 부산지역대리운전노동조합은 단체교섭을 요구를 거절한 한 업체와 행정 소송을 진행한 바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교섭 해태로 시정을 요구했으나 해당 업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날 항소심에서 부산지법 민사 1부는 1심을 그대로 인용하며 대리운전 기사를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 3권도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지난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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