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지난달 17일 노조설립 신고 428일 만에 정식 노조로 인정받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첫 단체교섭 상대로 카카오모빌리티로 찾아갔다. 대리운전 제휴콜 프로그램인 '프로서비스'의 무료화를 요구하기 위해서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그램 사용료를 받는 것은 당초 약속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프로서비스는 앱 선택사항일 뿐 프로그램을 유료화한 것은 아니며, 이 역시 업계 평균 대비 저렴하다고 설명한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배한님 기자
대리운전노조는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모빌리티 본사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와 단체교섭을 위한 면담을 진행했다. 노조는 단체교섭을 통해 대리 호출 프로그램 비용을 무료화하고 복지 혜택을 마련할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노조가 가장 크게 이견을 보이는 부분은 '프로서비스'에 대한 관점이다. 프로서비스는 카카오 T 대리에 가입한 기사가 월 2만2000원을 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를 맺은 다른 대리운전 프로그램 업체로부터 고객 호출(제휴콜)을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프로서비스를 전면 무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주환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위원장은 "20% 수수료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돌연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노조는 프로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으면 좋은 호출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이것이 사실상 프로그램 사용료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대리운전 사업으로 약 300억을 벌어들였는데, 수익이 생기면 기사들의 복지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하고 있는 것이 없다"며 "코로나19 상황에서 긴급하게 대리기사들의 생계가 떨어졌을 때도 일부 기사들에게 5000원의 마스크 구매 비용을 지급한 게 전부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프로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카카오 T 대리에서 무료로 고객 호출을 받을 수 있으며 프로서비스는 어디까지나 '옵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카카오모빌리티는 '앱 호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카카오 T 대리에 프로서비스를 도입함으로써 대리운전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전화 호출'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게 해 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전화 호출만을 이용하는 대리 기사들은 평균 4~5개의 프로그램에 가입해 각 업체에 1만5000원에서 2만원에 달하는 사용료를 내며 보험료까지 추가로 납부해야 했다"며 "프로서비스를 이용하면 보험료 없이 2만원에 카카오 T 대리 앱 호출에 저희와 제휴한 여러 전화 호출 업체의 콜까지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단체교섭을 시작하는 상견례 단계에서 만남을 종료했다. 이날 면담에서 구체적인 요구사항에 대한 얘기는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다음 주부터 구체적인 일정을 잡아갈 것"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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