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지난 2018년 12월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숨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또 한명의 하청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김씨 사망 이후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더 확실하고 강력한 처벌 근거가 마련되지 않는 한 산재 사망사고를 뿌리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11일 광역수사대 보건환경안전사고수사팀이 충남 태안군 원북면 방갈리 태안화력발전소 1부두에서 발생한 화물차 운전기사의 사망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태안화력발전소는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다가 숨진 곳이다.
사망한 화물노동자 A(65)씨는 전날 오전 9시45분께 컨베이어스크루 장비(배에 있는 석탄을 들어올려 옮기는 기계)를 화물차에 싣는 작업을 하던 도중 갑자기 떨어진 스크루에 하체가 깔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 작업 시 '2인 1조'의 원칙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지켜지지 않았다.
김용균 씨의 죽음으로 '죽음의 외주화' 문제가 크게 부각되면서 산업 현장의 안전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른바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가 질식·끼임으로 사망한 사고, 4월 무려 38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자 참사 등 산재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노동계는 안전 의무를 위반한 사망사고가 나면 사업주를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은 화물운송 노동자의 죽음은 "복합한 고용구조와 위험의 외주화가 부른 참극"이라고 주장했다. 업무를 홀로 하게 만드는 기형적인 고용 형태가 바뀌지 않는 한 산재 사망사고는 또 다시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김용균 재단도 성명을 통해 "컨베이어벨트로 몸을 집어넣어야 했던 작업구조가 김용균을 죽인 것처럼 어떤 안전장비 없이 스크루를 혼자 결박해야 하는 작업구조가 또 한명의 노동자를 죽였다"며 "서부발전은 김용균 노동자 죽음 이후 제시한 개선책과 약속을 당장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이번 21대 정기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강조한만큼 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지난 5월2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20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식에서 참석자들이 고인들을 추모하며 108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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