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3배 웃돌고 허위매물 위험도…장외주식 투자 주의보
K-OTC 거래대금 1년새 2배↑…상장 무산·연기땐 주가급락…"기업정보 부족, 변동성 주의해야"
2020-10-07 06:00:00 2020-10-07 0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기업공개(IPO) 대어급 기업들의 공모주 청약 열풍에 개인투자자들이 비상장주식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그림의 떡'인 일반 청약에 도전하는 것보다 공모가의 3배까지 지불하면서 IPO를 앞둔 기업의 주식을 미리 선점하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장외 주식은 유동성이 낮아 현금화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상장 일정이 구체화되기도 전에 기대감만으로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지적하며 투자 주의를 권고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1~9월) 비상장주식 시장인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의 총 거래대금은 95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62억원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K-OTC는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장외주식시장으로, 올해 풍부한 유동성에 공모주 열풍까지 더해져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핀테크 상장 1호 웹케시(053580)와 테슬라요건 특례상장 1호 카페24(042000)가 K-OTC 출신이며 올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소부장 업체 서울바이오시스(092190)도 여기서 거래되던 종목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지금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해서 상장 준비에 들어간 기업들이 있으며, 투자자들도 이런 기업들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K-OTC 외에도 다양한 비상장주식 시장이 있다. 금투협의 심사를 거쳐 일정한 요건을 부합하는 기업만 거래되는 K-OTC와 달리 여타 장외거래시장에선 보다 다양한 종목이 거래된다.
 
특히 예비 '대어'를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높아지면서 공모 일정이 가시화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일이 잦다. 대표적으로 5~6일 청약을 진행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035720) 자회사 '카카오뱅크' 등이 있다.
 
장외주식을 거래하는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과 '38커뮤니케이션'엔 빅히트엔터테인먼트를 30만원 후반대에 사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선 구매 수요 글이 3556건 올라왔으나 팔겠다는 글은 21건에 그쳐 매물이 부족한 상황이다.
 
문제는 상장 후 이 가격까지 오르지 못할 경우다. 빅히트의 공모가는 13만5000원으로, 상장 후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를 형성한 뒤 상한가)'에 성공해야 비로소 35만1000원이 된다. 그 이상을 해야 지금 장외주식을 사놓은 사람들이 차익을 남길 수 있는 셈이다.
 
내년 기업공개(IPO)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힌 카카오뱅크의 장외시장 시가총액은 이미 상장 후 추정 기업가치를 넘어섰다. 증권가에선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8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지만, 장외시장 시가총액은 약 42조원수준이다. 작년 2만원대까지 떨어졌던 가격은 현재 11만7000원까지 올랐다.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운영사 '크래프톤'도 내년 상장 추진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8월 100만원대에서 현재 170만원대까지 뛰었다.
 
예비 '대어'를 좇는 수요가 늘면서 비상장주식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에 매수하면 상장 후 차익을 남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상장한 카카오게임즈(293490)도 상장 전 장외주식 가격이 공모가 2만4000원을 약 3배 웃도는 7만원대까지 올랐으나, 코스닥 시장에서 6일 현재 5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투자자들의 바람과 달리 '따상상'에 그친 후 미끄러진 탓이다.
 
또한 장외주식 시장에선 장내거래에 비해 적은 사람들이 거래해 가격 자정능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과 수량만 일치하면 거래되는 플랫폼 특성상 가격 변동성이 커 보다 주의가 요구된다. 빅히트는 작년 한 때 상장 기대감에 70만원에 거래됐지만 거품이 빠지면서 10만원을 밑돌기도 했으며, 카카오게임즈도 작년 초 상장 계획이 철회되면서 4만원대에서 2만원까지 반토막난 바 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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