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 가족이 먼저 왔다)②(단독)혼인신고 '반려'…동성 피부양자 신청은 20건 '전원 승인'
대법 전합 판결 이후…공단 반려 동성 피부양자 '0건'
건보공단 "동성·이성 피부양자 신청 동일절차로 심사"
위급 상황 땐 '의료 결정권·산재 통보'등 배제 여전해
2026-06-10 16:08:05 2026-06-10 17:53:10
[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신청을 하고, 인정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의 배우자고, 이제 진짜 결혼했구나라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영남권 혼인 평등 소송의 울산 지역 원고인 오승재(20대)씨는 '언제 둘이 부부가 된 것 같으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씨는 지난 2024년 10월, 남편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됐습니다.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직장가입자가 생계를 함께하는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직장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이 소득 및 재산 요건을 갖추면 해당되고, 피부양자로 인정되면 별도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영남권 혼인 평등 소송의 울산 지역 원고인 오승재(20대)씨와 남편의 모습. (사진=오승재)
 
앞서 202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동성 동반자를 사실상 혼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고, 동성 동반자를 직장가입자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는 것은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라고 판결했습니다. 동성 동반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이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그해 10월부터 동성 동반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씨는 "피부양자 등록을 준비하면서 처음으로 국가 제도 안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친구들에게 사실혼 인우보증서를 받고, 공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관계를 설명하게 됐고 그때부터 사회적으로도 부부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동성 부부의 혼인신고는 행정기관과 법원의 장벽에 가로막혀 있지만,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에서는 이미 이들을 사실상 배우자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대법 판결 후 행정장벽 낮아져…20가구 모두 '가족'으로 승인
 
10일 <뉴스토마토>가 손솔 진보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올해 5월까지 접수된 동성 동반자 피부양자 등록 신청은 총 2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법원이 승인한 건수도 20건입니다. 현재까지 반려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는 말입니다.
 
다만 이 가운데 9건은 이후 피부양자 자격이 상실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이는 직장가입자의 퇴직이나 피부양자 본인의 취업 등 일반적 자격 변동 사유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사후 점검을 거쳐 자격이 그대로 유지된 건수는 2건입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2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기도가 4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대구·광주·울산·부산 등에서도 각각 1건씩 신청이 접수되어 승인됐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동성·이성 여부와 관계없이 생활비나 공과금을 함께 부담하는 등 공동생활 관계를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으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후 점검에 대해서도 "이성 사실혼 관계와 동일하게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동성 동반자에 대해서만 별도의 절차를 적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사실상 공단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에 따라 동성 동반자를 이성 사실혼 배우자와 동일한 기준으로 심사·인정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동성 연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한 소성욱씨(왼쪽 두번째)와 김용민씨(오른쪽 두번째)가 2024년 7월18일 재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리가 원하는 건 보험료 혜택 아닌 '배우자로 살아갈 권리'"
 
하지만 당사자들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인정은 여전히 '반쪽짜리 인정'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합니다. 오씨는 남편이 조선소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상황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조선소는 언제나 산업재해 위험이 있는 곳인데, 배우자가 산재를 당하더라도 현행법상 법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저에게는 통보조차 되지 않는다"며 "실제 작은 사고들이 있었고, 나중에 전해 들었다. 남편에게 큰일이 나도 모를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항상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피부양자로 인정돼 건강검진 해주고 이런 건 좋지만 현재로선 배우자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병원에서 아무런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장례를 치러도 전 그냥 남이다"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서로 힘들 때 돌보고 책임질 수 있는 배우자로 살아갈 권리"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동성 부부의 권리가 건강보험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 상속, 세제, 의료 결정권 등 다양한 영역으로 논의가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은 "동성 동반자이건 이성 동반자인 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함께 산다는 것은 똑같다. 실질에 차이가 없음에도 동성 동반자 관계만 사회의 각종 제도에서 배제되는 것은 차별"이라며 "건강보험제도뿐 아니라 다른 제도에서도 동성 부부들의 권리가 보장되길 바라고 특히 삶과 밀접히 연관된 사회보장제도가 빠르게 변화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혼인 평등 소송을 지원하는 시민단체 '모두의 결혼'의 이호림 활동가는 "건강보험 판결 이후 실제 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동성 피부양자 신청 20건이 모두 승인됐다는 건 의미가 크다"면서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동성 부부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번 변화가 혼인 평등 논의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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