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뉴스토마토 강석영·정주현 기자]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국민참여재판 두 번째 쟁점인 ‘대북 지원’ 의혹에서도 체면을 구겼습니다. 핵심 증인이 공소사실을 반박하는 증언을 한 데다, 재판부마저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송병훈)는 10일 이 전 부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에 대한 국민참여재판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습니다.
대북 지원 의혹의 핵심 혐의는 직권남용죄입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2019년 북한 고위급 인사인 김성혜 전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아태위) 실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 묘목과 어린이 영양식(밀가루) 지원을 위법하게 지시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 전 실장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으로부터 800만달러를 받은 인물로, 이 사건은 대북송금 사건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구체적인 혐의를 살펴보면, 이 전 부지사가 산림 복구 목적에 맞지 않는 관상용 묘목이란 보고를 무시하고 ‘금송(金松)’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 시각입니다. 또 밀가루 지원사업 주체를 돌연 안부수 아시아태평양평화교류협회(아태협) 회장으로 바꾼 뒤, 아태협의 회계 비리가 드러났음에도 사업을 계속하도록 했다는 혐의도 있습니다.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사건으로 유죄를 받고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4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윤석열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사건과 관련해선 법원에서 먼저 내린 판단도 있습니다. 이 전 부지사와 공범으로 기소된 신명섭 전 경기도 평화협력국장은 지난 2월18일 1심 재판에서 묘목 지원에 대해선 무죄, 밀가루 지원은 유죄를 받았습니다.
이에 이날 국민참여재판에서 검찰과 이 전 부지사 측 모두 당시 법원 판단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전 지사 측은 검찰이 입맛에 맞는 증거만 선별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현철 변호사(법무법인 KNC)는 “검찰은 ‘금송은 부적합하다’는 경기도 공무원의 보고서로 이 전 부지사를 기소했는데, ‘금송 지원도 문제 없다’는 산림청 공문도 있다”며 “검찰이 본인에게 유리한 증거만 선택적으로 뽑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이 전 지사 측은 대북 지원 사업의 특수성이 담긴 증거도 배제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남북교류협력은 민간단체 위수탁을 통해 진행되는데, (2019년 북·미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안 회장이 북한 고위급과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였다는 점이 국정원 문건으로 확인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태협의 회계 부실은 행정지도로 해결할 일”이라며 “오직 경기도만 북한과 교류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소통하는 안 회장에게 사업을 맡겼어야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검찰 기소 출발점이던 증인도 '혐의 부인'
애초 증인신문은 검찰에게 유리할 걸로 예상됐습니다. 검찰 기소의 출발점이 된 대북 사업의 실무자 이모씨가 검찰 측 증인으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씨는 당시 경기도 평화협력국 주무관으로 ‘금송 부적합’ ‘아태협 회계 비리’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습니다. 검찰은 해당 보고서를 기반으로 이 전 부지사를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이씨는 이날 이 전 부지사 측 주장과 부합하는 증언을 했습니다. 금송 부적합 보고서에 대해 “산림청의 적합 판단은 알지 못했다”며 “이후 (묘목이 있는) 중국 단둥에 가서 (적합성을) 직접 확인했다”고 한 겁니다.
특히 신 전 국장에 대한 재판 때 유죄로 판단된 밀가루 지원과 관련해 이씨의 법정 증언이 구체화되면서, 결과적으로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내용으로 흐름이 바뀌었습니다. 이씨는 앞서 신 전 국장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 전 국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아태협 사업을 중단시켰을 것”이라는 취지로 증언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씨는 이날 법정에서 “사업 담당자 입장에서 회계 부실이 어떻게 정리될지 모르니 사업을 중단하는 게 좋다”면서도 “(밀가루가) 썩기 전에 (지원사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회계 문제는 실무 문제니까 연말까지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상부로부터 부당한 지시를 받은 적 없다고도 증언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검찰은 남북교류협력 사업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나 고위직 사치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북 정서를 조장하거나 “증인이 말한다고 모두 사실은 아니다”라면서 수습에 나섰습니다.
재판부 '쪼개기 기소' 지적…물러선 검찰
이날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권 남용 의혹에 의문을 품기도 했습니다. 이 전 부시자 측은 검찰이 공범으로 지목한 신 전 국장을 먼저 구속기소한 뒤 1심 선고가 나오자마자 이 전 부지사를 같은 혐의로 기소한 점을 문제로 삼았습니다. 김 변호사는 “신 전 부지사 1심에서 이 전 부지사와 공범 관계를 인정했다”며 “이 전 부지사는 변론권도 행사하지 못하고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전 부시자는 직접 발언에 나서 “이 사건 혐의는 거래 대상이었다”며 “(대북 송금과 관련해 수원지검) 13층에서 조사받다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으면 15층에서 다른 검사에게 (다른 혐의) 조사받았다. 그때 들었던 30여건의 별건 중 하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검찰에 이 전 부지사를 뒤늦게 기소한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구속된 신 전 국장에게 공범 관계를 물었으나 진술을 거부했다. 구속기간 만료로 신 전 국장 먼저 기소했다”며 “신 전 국장 공소장에 이 전 부지사와 공모했다고 썼으나 특정할 단서가 풍부하지 않아 재판 증언을 참조해 이 전 부지사를 기소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재판부는 “그럼 (신 전 국장 공소장에서) 공모 관계를 뺏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고, 검찰은 그제야 “그런 반론을 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경기 수원=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경기 수원=정주현 기자 givehy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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