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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해외로 몰리는데..정부 규제철폐 '외길'
2014-06-25 06:00:00 2014-06-25 16:55:02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국내투자 대비 해외투자 비율이 2004년 9.3%에서 지난해 27.2%로 3배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임금을 쫓아 해외로 투자가 몰리면서 국내 일자리 증가와 이를 통한 내수경기 회복은 난망해졌다. 정부가 규제 철폐를 밀어붙여도 투자의 국내 회귀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자칫 기업들 주장만 받아들이는 외통수가 돼 경제민주화는 요원할 수 있다.
 
실제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는 중국, 모바일은 베트남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 있어 투자액이 늘더라도 이로 인한 국내 산업의 연쇄 효과와 일자리 창출, 내수 진작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는 비단 삼성전자에만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사안의 심각성은 크다.
 
같은 사안을 바라보는 재계의 해석은 상이했다. 각종 규제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주장이다. 국내 경제계를 대표하는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내수활성화를 위한 10대과제 제언’을 통해 규제 개혁을 통해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국내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의는 먼저 일자리창출형 규제 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특히 “의료산업의 경우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지만, 각종 투자 규제로 발이 묶여있는 상황”이라며 “미국, 싱가포르, 태국처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을 허용해 의료관광객을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의는 근거로 우리나라와 태국의 연간 의료관광객 수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연간 의료관광객수는 불과 15만명으로, 이는 태국(156만명)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정부도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 다음달 22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 등 의료관광 활성화, 환자·종사자 편의 증진, 의료기술 활용분야 등을 중점적으로 확대하자는 취지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대형병원들의 부대사업 진출 길을 열어줌으로써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함으로 보고 있다. 의료민영화 논란의 출발이다. 
 
상의는 또 자연보전권역, 개발제한구역 등 토지이용 규제에 대해서도 환경에 대한 악영향이 미미하고 경제적 효과가 큰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심사를 거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을 요구했다. 이미 전임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으로 국토가 처참히 훼손된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는 환경단체의 직접적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환경부의 입장이 주목되는 이유다.
 
노동·환경규제로 인한 기업 부담의 증가를 우려하며 속도조절론도 제기됐다. 기업 부담의 급증은 투자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구체적으로 “정년 60세 의무화, 육아휴직 확대,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사내하도급 사용 규제 등 노동 규제가 도입 추진 중”이라며 “환경부문에서도 내년이면 화평법, 화관법, 배출권거래제, 저탄소협력금제 등의 규제가 일제히 시행되고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 환경오염피해구제법 등의 규제도 대거 도입이 추진 중”이라고 지적했다.
 
동시에 제조업의 국내 복귀 및 국내투자 풍토 조성에 나서줄 것도 주문했다. 미국(리메이킹 아메리카 전략), 일본(Japan is Back 전략), 독일(인더스트리 4.0) 등 선진국의 제조업 부흥전략을 예시하며, 해외진출 한국기업의 국내 U턴 촉진 등 과감한 투자유인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곧 규제완화라는 당근책으로 연결된다.
 
서비스업 활성화를 위한 제안도 내놨다. 상의는 “해외로 나서는 요우커가 1억명임을 감안할 때 이중 10%만 유치해도 그리스 수준의 관광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433만명 수준인 한국관광 요우커를 1000만명까지 유치하면 연간 관광객 유치규모가 1784만명으로 껑충 뛰어올라 그리스 수준의 관광대국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인천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중국인 관광객 비자절차를 간소화하고 숙박시설 확충, 관광서비스 전문인력 양성, 중국인 전용 한국관광 애플리케이션 개발 보급 등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지원책을 주문했다.
 
정부가 고대하는 내수 활성화를 위한 자발적 실천계획도 내놨다. 우선 20만개의 ‘빈’ 일자리를 매칭하겠다는 것.
 
상의는 “청·장년 구직난 속에서도 기업의 ‘빈’ 일자리가 20만1983개에 이르고 있다”며 기업이 청년 취업희망자를 채용해 이론 및 실무교육을 병행하는 ‘일-학습 병행제’를 활성화하고 전국 8개 상의 인력개발원, 청장년인턴제, 채용박람회 등을 통해 연간 1만명까지 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내수 진작에 도움이 되도록 기업의 구매도 개선·강화한다. 회원사들이 하반기에 구매 예정인 물품과 기자재를 오는 8월까지 조기구매하고, 대기업은 협력업체에 어음 대신 현금을 결제하도록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동반성장 및 상생에 대한 여론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차가운 시선을 돌린다는 방침이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지난해 우리는 국내총생산(GDP)의 2.4%에 달할 정도의 큰 금액이 해외투자로 유출됐다”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을 통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기업도 과감한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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