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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만 모르는 현대차의 현대캐피탈 밀어주기
2014-11-07 09:41:58 2014-11-07 09:41:58
[뉴스토마토 이상원·방글아·이충희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차의 현대캐피탈 밀어주기에 대한 혐의를 끝내 입증하지 못하고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현대차와 현대캐피탈 간 내부거래는 사실상 면죄부가 주어졌다.<관련기사 : (단독)공정위, 현대차 현대캐피탈 밀어주기 무혐의 처분>
 
동일한 사안으로 지난해 현대차를 대상으로 실시됐던 공정위 조사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결론을 맺지 못한 것을 보면, 이 또한 무혐의 처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대법원의 판례도 현대차에 부과됐던 공정위의 과징금 및 시정명령을 철회토록 했으니 이제 현대차가 눈치를 볼 이유는 없어진 셈이다.
 
공정위는 현대차를 구매할 경우 현대캐피탈만 이용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있고, 현대캐피탈의 금리조건도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금리가 터무니 없이 낮거나 높아서 불공정 이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조사한 내용과 실제 현장의 모습은 전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토마토>는 지난 일주일 동안 서울 시내 현대차 대리점 중 무작위(강남 2곳, 강북 2곳)로 4곳을 방문해 현대차 할부구매를 타진했고, 그 결과 4곳 모두에서 특정 차종의 경우 현대캐피탈에서만 훨씬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달 공정위 판단과는 전혀 다른 결과다.
 
◇서울 시내 한 현대차 대리점의 현대캐피탈 판매조건(사진=뉴스토마토)
이들 대리점들은 2015년형이 출시된 모델 중 구형 모델을 대상으로 1.4~3.9%의 낮은 할부금리를 부여하고 있었다. 몰론 이렇게 낮은 금리는 현대캐피탈을 이용해야만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캐피탈이 아닌 다른 캐피탈사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이보다 훨씬 높은 5.9%의 할부금리를 적용받아야 한다.
 
구형모델이 아닌 신형모델의 경우에도 현대캐피탈 이용에 대한 압박은 존재했다.
 
다른 캐피탈사 이용시 인감증명이나 자동차 구매시 필요한 서류들을 소비자가 직접 챙겨오도록 하는 불편함을 주고, 현대캐피탈을 이용하는 경우 대리점 측이 친절하게 관련 서류들을 챙겨주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서류준비의 불편함이 없는 현대캐피탈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A대리점 직원은 "(신차 구입시)현대캐피탈로 하면 관련서류나 여러 가지 것들을 우리가 직접 다 알아서 해드리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지만, 타사 캐피탈을 이용하면 서류나 이런 것들을 다 떼서 고객님이 직접 챙겨오셔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직원은 "타사캐피탈을 이용하면 인감증명서와 등본도 2통씩 떼와야 하고 훨씬 더 번거롭다"며 으름장을 놨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의 압박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차의 대리점 관리방식도 일선 대리점에서 현대캐피탈을 권할 수밖에 없는 요인 중 하나다.
 
B대리점 관계자는 "예전에 공정위에서 현대캐피탈에 일감을 몰아준다고 해서 과징금 부과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완화는 됐지만 여전히 위에서 눈치를 받는다"면서 "금전적인 부분이 아니라 나중에 감사라도 받을 일이 생기면 현대캐피탈 실적이 저조한 대리점에 감사를 집중적으로 한다든지 하는 식"이라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의 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는 차종이 엑센트와 아반떼의 구형모델이나 벨로스터,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잘 팔리지 않는 모델들에게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대리점들의 눈치보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다 현대차가 본사 차원에서 재고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 완성차 제조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실적 부진 중심에는 신형(LF) 쏘나타의 부진이 있다"며 "일선 대리점에 목표 할당량을 배정하는 등 기존 관행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실은 이렇지만 공정위의 조사결과는 딴 판이다. 지난달 현장조사를 했다는 공정위 관계자는 "현대캐피탈 상품 금리를 부당하게 해서 부당이익을 편취했다고 하면 뭐가 걸릴 텐데 그렇지 않더라"면서 "현대차를 사더라도 다른 캐피탈을 이용할 수 있고, 금리를 따져보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 또한 공정위의 기존 입장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뉴스토마토>가 단독입수한 2007년 대법원 패소 직후 작성된 공정위 내부보고서를 보면 공정위는 "(현대차와 현대캐피탈 사건은) 개념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로 보는 것이 타당함에도 현행법의 한계로 불공정거래행위 중 계열사를 위한 차별적 취급으로 의율하고 있다"고 불만이 명기돼 있다.
 
"이대로 둘 수 없다"..자동차금융에도 25%룰 도입 추진
 
현대캐피탈이 2012년에 취급한 자동차금융(할부금융, 리스, 오토론 합계) 중 현대·기아차의 비중은 98.5%에 달하고, 현대차와 기아차가 할부금융으로 판매한 65만3325대 중 현대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도 77.5%에 이른다
 
현대차가 현대캐피탈에 일감을 몰아주고도 별 다른 조치를 받지 않고 있는 데에는 캡티브 마켓이라는 전속시장을 업계에서 허용하고 있다는 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캡티브 마켓은 계열사간 내부시장을 뜻하는데, 자동차 제조사들은 구매고객에 필요한 할부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금융계열사 형태로 캡티브 마켓 설립이 가능하다.
 
실제로 BMW는 BMW파이낸셜, 메르세데스벤츠는 메르세데스벤츠파이낸셜, 토요타는 토요타파이낸셜, 폭스바겐은 폭스바겐파이낸셜을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상당한 내부거래를 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원래 현대·기아차 내부 할부금융팀에서 출발했고, 영업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분사시킨 것"이라며 공정위가 현대기아차에 대해 부과한 과징금이 취소 판결을 받은 것도 이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캡티브 마켓은 법적으로 허용된 시장은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여전법에는 캡티브마켓에 대한 내용이 없다. 법적인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열사다 보니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식선에서 하는 영업행위"라고 말했다.
 
일종의 관행이라는 뜻이다. 법령인 공정거래법이 시장에서 형성된 관례와 충돌하고 있고, 심지어 이에 밀려나고 있는 셈이다. 공정위가 대법원 판결 이후 자체 분석보고서에서 법령미비를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최근 금융감독당국이 현대캐피칼과 같은 자동차금융의 독과점 문제 해결에 나선 것은 고무적이다.
 
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자동차금융에도 방카슈랑스와 같이 한 업체가 점유율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25%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은행지점에서 특정 보험사의 상품판매액이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자동차할부금융에도 이런 규제를 도입해 독과점을 막겠다는 것이다.
 
자동차금융에 방카슈랑스 25% 룰이 적용되면 현대캐피탈은 현대차나 기아차의 할부금융 비중을 25% 이상 가져갈 수 없게 된다.
 
아울러 금융감독당국은 최근 현대차가 KB국민카드에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격비용 이하로 인하하라고 요구한 부분에 대해서도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갑 중의 갑'의 지위를 이용하고 있는 사례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대차가 국민카드와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게 될 경우 다른 카드사들도 연쇄적으로 가맹점 계약이 해지될 것"이라며 "결국 현대차를 사는 방법이 할부금융 밖에 남지 않게 돼 현대캐피탈의 독점이 심화된다면 당국 입장에선 제동을 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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