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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송업자-레미콘사 싸움에 건설사·운전기사 등 터지네
레미콘운송업계, 운송료 인상 놓고 '8·5제 시행'
공기지연 우려 건설사…영업활동 지장 운전자 '울상'
2016-01-21 15:10:32 2016-01-21 15:10:43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최근 경기 평택시의 한 호텔 신축현장. 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가 '8·5제 준수'를 주장하며 레미콘트럭 운행을 방해하고 펌프카 현장 진입을 막아서면서 일대 소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6시부터 타설을 준비하던 현장은 11시가 넘어서야 타설할 수 있었다.
 
레미콘 운송업자들이 올 들어 8·5제 시행에 나서면서 건설 및 레미콘 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연합회는 '낮은 운송비로 인해 레미콘트럭 운전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하는 8·5제를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요구조건은 운송료 인상과 시간외 근무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이다.
 
연합회에 따르면 수도권과 대전, 세종시 등지에서 1만2000여명의 레미콘 운송업자들이 8·5제 시행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의 참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송업자들은 현재 한 회전당(왕복) 3만6000원의 운송료를 받고 있다. 믹서트럭을 보유한 사람이 해당 지역의 레미콘 제조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아 건설현장에 납품한 뒤 회전당 운송료를 지급받는 식이다. 8·5제에 동참한 운송업자들은 운송료를 회전당 5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운송업자들이 하루 4~5회전가량 운송에 나서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일당은 14만~18만원 선으로 추산된다.
 
연합회 관계자는 "새벽 4시부터 대기하고 밤 12시까지 휴일도 없이 일해도 손에 쥐는 게 고작 120만원 수준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작했다"며 "8·5제가 레미콘, 건설 부문까지 제대로 정착되면 부실시공이나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근절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레미콘 업계에서는 운송업자들의 이 같은 요구를 당장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레미콘가격이 올라야 운송료도 올려줄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데 지난해 건설사와의 가격협상이 결렬되면서 레미콘가격이 2년째 동결된 상태"라며 "당장 운송료 인상은 힘들다"라고 말했다.
 
통상 레미콘가격은 매년 7월 중대형 건설업체의 자재 담당자 모임인 대한건설자재직협의회와 레미콘사 실무자 모임인 영우회가 모여 협정을 통해 결정한다. 작년에는 레미콘가격을 인상하려는 영우외화 인하를 요구하는 건자회 간 의견이 엇갈리면서 가격협정이 불발됐다.
 
문제는 레미콘 수급이 제 때 되지 못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공사 현장과 연합회에 가입되지 않은 운송업자들이 갈등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는 것이다.
 
레미콘은 반제품 특성상 90분 내 건설현장에 공급돼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어 타설 중 중단사태가 발생할 경우 건축물의 안전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공기 지연으로 인한 비용 낭비도 우려된다. 특히,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는 야간 건설현장이 많아 8·5제가 장기화될 경우 공사 자체에 타격이 예상된다.
 
A건설 관계자는 "레미콘 타설이 안 돼 공사가 하루라도 늦어지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건설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비가입 운송업자들도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비가입 운송업자 B씨는 "비수기에다 명정을 앞두고 있어 한 바퀴라도 더 돌아야 하는데, 덤프카가 진입로를 막는다거나 운행 자체를 방해해 곤란하다"며 "가입자들이 무슨 뜻으로 하는 건지 알기 때문에 더 난처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레미콘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아직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큰 곤란을 겪는 현장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레미콘 품질은 건축물 안전과도 직결되는 만큼 8·5제 동참에 보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운송료를 두고 레미콘업계와 운송업계가 대립각을 세우면서 공사현장과 일선 운송업자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 사진/전국레미콘운송총연합회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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