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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ICT 기업엔 ICT 전문가 CEO
2019-11-28 06:00:00 2019-11-28 06:00:00
KT는 한국을 대표하는 이동통신사다. 지난 9월 기준 이동통신 가입자가 1800만명에 달한다. 이동통신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클라우드·블록체인·스마트팩토리 등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국내를 벗어나 해외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도 손잡으며 해외 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KT의 직원만 2만여명이며 연결대상 종속회사까지 합하면 6만여명이다.
 
이처럼 거대한 기업을 이끌 수장 자리에는 ICT 전문가가 오는 것이 당연하다.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ICT 시장의 먹거리를 예측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ICT 현장의 경험이 있어야 애로사항을 이해하고 직원들의 어려움도 잘 보듬어 줄 수 있다. ICT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정하는 것이라면 이는 당연한 이치다. ICT 기업인 KT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KT는 이제껏 CEO를 정하는 과정에서 ICT 전문성만 따지지 못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 입맛에 맞는 낙하산 CEO를 맞이해야 했다. KT의 뿌리는 공기업인 한국통신이다. 지난 2002년 민영화됐지만 최대주주가 국민연금이다보니 명확한 기업의 주인이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T의 CEO 자리는 항상 정치권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엄연한 민간기업이지만 여전히 공기업의 체취가 남아있는 셈이다. 
 
KT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한창이다. KT는 이번만큼은 외풍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공정한 절차를 거쳐 CEO를 선임하겠다는 포부를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차기 회장 후보 37명 중 ICT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관료 출신들도 눈에 띈다. 어느 후보가 이번 정권과 어떻게 연결돼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직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급변하는 ICT 시장에서 국내·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CEO가 빠르게 판단하고 추진할 전문성과 추진력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KT의 경쟁사는 더이상 국내의 다른 이동통신사가 아니다. 해외 거대 ICT 기업인 구글(유튜브)과 넷플릭스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들과도 때에 따라 경쟁하고 또 협업해야 한다. ICT 전문성을 갖춘 CEO가 필요한 이유다. 
 
KT가 ICT 전문성과는 관계없는 정치권과 엮인 CEO를 맞이한다면 회사의 미래는 없다. 
 
박현준 중기IT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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