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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음악상, 음악성이 기준…시장성 휘둘리지 않아”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 17회…‘한국판 그래미어워즈’로 불려
김수철, BTS, 잔나비, 백예린, 림킴 등에 주목…“폭넓은 음악 환경 오기를”
2020-01-23 18:00:00 2020-01-23 18:35:2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이 음악상이 대중음악인들에게는 객관적이고 정당한 평가, 보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년 무대에서 자랑스럽게 받는 것을 보면 뿌듯합니다.”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17회 한국대중음악상(KMA·한대음) 시상식간담회. 17년간 시상식을 이끌어 온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성공회대 교수)지난 세월의 소회와 의미를 묻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김 위원장은 후원사가 바뀌는 바람에 초라하게 치러진 적도 있고, 매년 빠짐없이 진행 과정은 쉽지 않았다그럼에도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한국 대중음악을 사랑하는 이들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고 돌아봤다.
 
한국대중음악상(KMA)’은 국내의 다양한 음악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시상식이다. 타 음악 시상식과 달리 음악성 평가에 큰 비중을 두기에 한국판 그래미어워즈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밴드나 힙합, 포크 등 장르별 뮤지션들이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고, 주류·비주류의 경계를 넘어 음악인들이 화합하는 국내 대중음악계의 유일무이한 음악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김창남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이 지난해 2월 열린 '2019 한대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그는 이 자리에서 "아주 오래 전부터 좋은 음악이 좋은 세상을 만든다 믿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음악이 필요하다. 부디 이 시상식이 뮤지션들의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있는 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사진/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
 
2004년부터 시작된 시상식은 순간의 인기에 골몰하기 보단 음악성을 철저한 평가 기준으로 삼아왔다. 학계와 대중음악평론가, 매체 음악담당기자, 음악방송 PD, 시민단체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후보 추천을 받고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결정해왔다.
 
역대 수상자로는 러브홀릭과 더더, 빅마마, PD, 윤도현, 이한철, 이적, 장기하와 얼굴들, 언니네이발관, 서울전자음악단, 소녀시대, 싸이, 조용필, 빅뱅, 박재범, 선우정아, 혁오, 방탄소년단(BTS) 등이 있다. 수상자 면면을 보면 특정 장르에만 치중된 타 음악 시상식에 비해 대체로 장르적 편중이 없는 편이다. 시장 논리, 자본 권력 아래 자유롭지 못한 현 음악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으며 음악 생태계를 풍부하게 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에서도 한대음은 상품성이나 오락성이 아닌 음악성과 예술성을 기준삼아 상을 준다인기가 있건 없건, 주류건 비주류건, 유명하건 아니건 그간의 음악성과가 평가 기준이다고 했다.
 
17회인 올해 행사는 오는 227일 서울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개최된다. ‘올해의 음반’,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등 총 4개 종합 부문과 총 18개의 장르 분야, 2개의 특별분야(선정위원회 특별상·공로상)로 나눠 시상을 한다.
 
이날 간담회에선 각 부문의 올해 후보자들이 공식 발표됐다. 2018121일부터 20191130일까지 12개월 동안 활동한 가수, 발표된 음반이 대상이다. 공로상 수상자 김수철을 필두로 김현철, 방탄소년단(BTS), 잔나비, 림킴, 백예린 등 대중 음악계 장르 불문 뮤지션들이 예년처럼 대거 이름을 올렸다.
 
김수철. 사진/뉴시스
 
작은 거인으로 불리는 김수철이 공로상에 선정되며 행사의 취지를 확인시켜줬다. 김 위원장은 김수철씨는 70년대 후반 말 록 밴드로 시작해 다양한 음악적 성과로 많은 후배 뮤지션에게 영향을 미친 뮤지션이라며 국악을 접목시킨 크로스오버, 올림픽과 영화, 드라마 음악까지 아우르는 한국 대표 아티스트이자 대중음악계의 큰 거인’”이라고 선정배경을 밝혔다.
 
지난해 월드투어와 함께 빌보드뮤직어워드, 아메리칸뮤직어워드 등 세계적 시상식 주요 부문을 휩쓴 그룹 방탄소년단(BTS)은 올해 총 3개 부문 후보에 선정됐다. 종합 분야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을 포함해 최우수 팝-노래부문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재작년과 지난해에 이어 3회 연속 후보에 오른 기록도 세웠다.
 
투개월 김예림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페미니즘적 화두를 던진 앨범(‘GENERASIAN’)을 낸 림킴은 올해 총 5개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미니앨범 ‘Our love is great’를 시작으로 2CD 앨범 ‘Every letter I sent you.’를 낸 백예린, 정규 2전설로 대중 밴드로 부상한 잔나비도 총 5개 부문 후보로 지목됐다. 악동뮤지션과 LET GALA, so gumm, 검정치마, 이주영, 천용성 등의 뮤지션들은 3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박희아 대중음악 저널리스트는 올해는 다양한 캐릭터와 아이덴티티를 가진 뮤지션들이 선정된 것이 특징이라며 또 팝 부문에서는 백예린, 우효, 태연, ITZY 같은 여성 뮤지션들의 약진도 돋보인다. 많은 선정 위원들이 다양한 관점을 갖고 토론을 진행한 결과라고 선정 배경과 의의를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선정 위원들의 음악적 기준이나 시선은 조금씩 다르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도 후보 결과는 치열한 논쟁 과정을 통해 최대한의 접점으로 봐주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검정치마, C JAMM, 김오키, NET GALA, 이주영, 블랙홀,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The Bowls, 잠비나이, 새소년, 로큰롤라디오, 9와숫자들, 데카당, 쏜애플, 우효, 서사무엘, 페기구, 이센스, 에몬, 권나무, 나윤선, 신박서클 등이 각 장르별 후보로 선정됐다.
 
지난 2월 '2019 한대음'에서 '국내 포크 음악계의 대모' 양희은이 후배 가수 김사월에게 트로피를 전달하는 모습. 사진/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
 
오늘날 음악은 자본 권력아래 자유롭지 못하다. 시장 논리로 움직이는 이 시스템 안에서는 철저히 상품성을 기준으로 음악이 생산되고 유통된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이 음악 상품들은 시청률과 음원차트라는 매대에 진열돼 하루살이경쟁을 한다. 최근 음악계에서는 프로듀스 시리즈 조작 사태, 음원 사재기 등 음악계의 불법적, 비도덕적 관행이 문제가 되고 있다. 시상식은 애초에 이러한 음악계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고자 출범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고종석 선정위원(ALES Music 이사)시상식은 음악성과 예술성을 기준으로 평가해왔기 때문에 시장성에 휘둘리지 않았다대중음악에 목마른 이들이 이 시상식을 계기로 폭넓은 음악 환경을 꿈꾸길 바란다고 했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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