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현장+)"더 가까워진 로봇"…신기술 총집합한 네이버 제2사옥 '1784'
5만평대 건물 곳곳에 다양한 기능의 로봇·신기술 가동
로봇·자율주행·AI·클라우드 등 아우르는 기술 테스트베드
로봇 친화적 빌딩으로 구성…업무·편의기능 분담
2022-04-14 09:30:00 2022-04-14 17:40:04
[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네모난 초록색 건물(그린팩토리) 옆에 비슷한 모양의 은백색 건물이 나란히 솟아있다. 쌍둥이 빌딩을 연상하게 하는 은백색의 신규 건물은 최근 네이버가 공개한 제2사옥 '1784'다. 1784란 이름은 우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라는 주소에서 착안했다. 여기에다 산업혁명이 시작된 1784년이 '실험과 도전의 가치'를 담고 있다고도 판단해, 같은 숫자를 빌딩 이름으로 지었다. 이렇게 탄생한 네이버의 '1784'는 지난 13일 외부에 첫 공개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178-4번지에 위치한 네이버의 제2사옥 외관. (사진=네이버)
 
지하 8층부터 지상 28층까지 5만평대(5000명 이상 수용 가능)인 1784 건물 내부에서 우선 눈에 띈 것은 곳곳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각기 배정된 일들을 하고 있는 로봇이었다. 겉보기와 달리 내부는 그린팩토리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테크 컨버전스 빌딩’을 콘셉트로 건축된 세계 최초의 로봇 친화형 빌딩다운 모습이었다.
 
1784는 네이버의 업무 공간인 동시에 로봇·자율주행·AI·클라우드 등 네이버가 연구·축적한 모든 선행 기술을 망라하고 융합해낸 기술 테스트베드다. 1784에는 네이버 임직원뿐 아니라 카이스트-네이버 하이퍼크리에이티브 AI 센터 연구원들과 D2SF 투자 스타트업 직원들도 입주해있다. 
 
6층 편의시설에서 배송을 하고 있는 로봇딜리버리. (사진=네이버)
 
1~2층은 로봇 연구소로 불리는데, 테스트베드라는 콘셉트에 맞게 배송 외의 이색 기능을 하는 로봇들이 즐비하다. 양팔로봇 ‘앰비덱스'는 네이버랩스가 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학교)와 협력해 개발한 것으로, 카페 등의 공간에서 로봇 ‘루키’를 소독하는 파일럿 서비스를 테스트한다.
 
드로잉로봇 ‘아르토원(ARTO-1)’ 역시 이러한 로봇 실험의 일환이다. 사람에게는 패드가 부서지지 않게 적당한 힘을 주는 행위가 쉽지만 로봇에게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인데, ‘아르토원’은 사람의 붓터치를 학습해 패드에 그림을 비교적 잘 그려낸다. 안전하고 정밀한 힘 제어 로봇 기술과 사람의 운동지능을 학습하는 태스크러닝이라는 네이버랩스의 독자적인 기반 기술을 접목한 덕분이다. IPX(구 라인프렌즈)의 대표 캐릭터 '브라운'과 '샐리' 모습을 한 로봇도 직원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친근함을 더한다. 
 
드로잉로봇 아르토원을 연구하는 모습. (사진=네이버)
 
네이버의 메인 로봇 중 하나인 '루키'는 임직원들에게 배달 관련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5G·디지털트윈 기반의 브레인리스 로봇으로,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 AROUND를 기반으로 개발됐다. 루키는 택배를 시작으로 도시락, 카페 음료 배달 등 1784 내 다양한 거점에서 여러 서비스 시나리오를 전개해나갈 예정이다. 이날은 40대 정도의 루키가 건물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네이버 측은 재택근무가 해제된 이후 시점부터는 순차적으로 운영되는 로봇의 갯수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건물 내부 전체를 조망하는 실내 매핑 로봇인 M2도 있다. 이 로봇은 디지털트윈 데이터로 제작하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한다. 이 디지털트윈 데이터는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에 업로드되고, 네이버랩스의 독보적인 측위 기술인 ‘비주얼 로컬라이제이션’을 활용해 로봇들의 측위와 경로 계획에 활용된다.
 
1784 건물내 ARC모니터링룸. (사진=네이버)
 
로봇 친화형 빌딩답게 건물 내부는 로봇에 특화된 인프라가 갖춰져있다. 건물 인프라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으로 일명 ARC(아크, AI·ROBOT·CLOUD)라 불리며 모든 로봇들의 ‘두뇌’ 역할을 한다. 로봇, 공간, 서비스, 사용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한편,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브레인리스 로봇' 기술을 상용화했다. 아크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수시로 업데이트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로봇들을 동시에 똑똑한 상태로 만들 수 있다.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 (사진=네이버)
 
특히 세계 최초의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로보포트는 1784에만 존재하는 인프라다. 고층 건물이 밀집해 있는 도시의 로봇 서비스는 원활한 수직 이동이 중요한 숙제다. 이를 위해 네이버는 사람용 엘리베이터를 활용하는 로봇 자율주행 알고리즘 외에 인프라 자체의 혁신도 함께 선보이고자 했다. 로봇 서비스가 대중화될 미래의 빌딩 인프라를 가장 먼저 1784에 구현하고자 한 것으로, 로보포트는 지하 2층부터 옥상까지 전층에 걸쳐 운행되는 순환식 구조로 만들어 효율을 높였다. 
 
1784 내 각 공간으로 이동할 때도 네이버의 기술력을 엿볼 수 있었다. 사원증을 태그할 필요 없이 얼굴인식만으로 출입문 통과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는 클로바 페이스사인(FaceSign)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클로바의 경량화 인식 모델로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2~3m 전부터 얼굴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서버에서 인식 과정을 처리할 때 식별 규모가 증가해도 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4층에 위치한 네이버 부속병원. (사진=네이버)
 
건물 2층이 주로 업무를 위한 공간이었다면, 4층에서 6층까지는 병원, 식당, 카페, 은행, 편의점 등 편의시설 중심으로 이뤄졌다. 임직원들은 네이버의 업무협업툴 네이버웍스를 통해 1784의 다양한 건물 인프라를 제어하거나 빌딩 내 다양한 편의 기능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AI 기반 네이버 부속 의원이 배치된 점이 눈에 띈다. 클로바 헬스케어의 기술들을 적용해 기존 병원에서 불편했던 점들을 간소화했는데, 환자에 대한 병력 청취를 온라인으로 수행하면 AI 기술로 그에 따른 진찰 사항이 의료용어로 자동 변환 및 EMR(전자의무기록시스템)에 기록해 병원 내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했다. 또 클로바 OCR과 AI 섬머리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형태의 과거 검진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항목들을 분류, 정리, 분석해 이력관리 및 적절한 검진 추천도 해준다. 진료 후에는 클로바 페이스사인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이외에도 임직원들이 근무하며 체계적으로 건강 관리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각종 솔루션들을 개발 중이다.
 
최미선 카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감연관리실 팀장은 “네이버는 병원이 아니지만, 네이버 병원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긴 하다. 다른 회사들한테도 방역 관점에서 모범이 되는 회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택근무로 전환되면서 현장에서 로봇을 체험해보는 임직원들이 적다는 점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네이버는 1784를 '첨단기술의 융합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테스트베드'라고 표현했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현장에서 로봇과 공존하며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오는 5월 재택 근무 종료와 네이버 제2사옥 '1784' 입주에 맞춘 새로운 근무제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에게 선택지를 두고 최적의 업무방식을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네이버의 다양한 첨단 기술들이 이 건물안에서 조화롭게 구현되는 모습은 코로나 종식 이후에 좀더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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