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의 정리·재구조화를 속도전으로 추진하기로 했는데요. 오는 3월까지 익스포저(위험 노출) 사업장 정리 규모를 7조4000억원으로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당국이 목표로 한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매도자가 원하는 매각가보다 낮은 가격에 정리할 수밖에 없어 저축은행업계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과 저축은행중앙회는 23일 '전 금융권 PF 사업장 합동 매각 설명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 자리에서 "PF 연착륙을 예정대로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옥석 가리기'를 통해 정상적인 사업 추진이 다시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오는 3월까지 정리 대상 PF 익스포저 12조5000억원 중 7조4000억원(누적 기준)를 정리하겠다고 목표치를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16일까지 재구조화를 제외하고 정리 완료된 PF 사업장 규모가 3조5000억원인데요. 앞으로 두 달 내 3조9000억원 사업장을 속도전으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올 상반기 계획한 PF 사업장 정리 규모는 8조8000억원입니다. 계획대로라면 1분기(1~3월) 3조9000억원, 2분기(4~6월)에는 1조4000억원 PF 사업장 정리가 이뤄집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대내외 시장 요인으로 △2024년 9월 말 1조2000억원 △10월 말 2조4000억원 △11월 말 2조9000억원 △12월 16일 3조5000억원 등 부실 PF 사업장 정리 속도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부실 PF 사업장을 정리하는 방법은 매물로 나온 부실 PF 사업장을 공개적으로 파는 경매와 국가가 부동산을 압류해 공개 매각하는 공매 등 경·공매가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이날 매각 추진 PF 사업장 현황 리스트를 제공 플랫폼을 발표한 것도 경·공매 처분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금감원은 금융·건설업권과 적극 소통해 부동산 PF 시장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계획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PF 사업장 정리에 속도 추이를 지켜보면서 향후 추가 매각 설명회 등을 또 열 것"이라며 "PF 사업장 정리 실적이 미진한 금융사에 대해 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지도하는 한편 경·공매 이행 절차 적정성 등도 점검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에서는 제 값을 받지 못하고 사업장을 정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 경·공매 성공 가능성을 높이려면 대출원금의 약 70~80% 수준까지 떨어져야 하는데요. 당국이 제시한 경·공매 목표 일정을 맞추다보면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기 때문에 매도자 입장에서는 가격 협상력이 떨어집니다..
손정락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날 '2025년 부동산 10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대출 미상환 등으로 경·공매 출시 할인 물건이 증가하고 있어 수익형 부동산 시장의 투자수요와 가격은 빠르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격 하락으로 저가 할인 매입 기회는 존재하나, 자금조달 및 공실 발생 위험 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사업성이 좋은 수도권 지역 위주로 PF 사업장을 대규모 정리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했는데요. 앞으로는 지방이나 비주거 등 비우량 PF 사업장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는 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사업장의 '양극화' 심해지고 있어 매물 정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비수도권 분양 시장은 적체가 지속되는 실정입니다. 대출 규제 강화 기조와 내란 정국 여파까지 겹지면서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5만652가구입니다. 전국 미분양 주택 6만5146가구 가운데 77.8%가 비수도권입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 가격 동향 시계열 자료를 보면 지난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0.87% 상승한 반면 5개 광역시 아파트 매매가격은 2.80%, 기타 지방은 1.22% 떨어졌습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PF 사업장 정보공개 플랫폼'은 매수자와 매도자 간 거래를 원활하게 하는 수단으로서 없는 것보다야 당연히 낫겠지만, 지방 등 부실 PF 사업장 정리를 위해선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 지원 규모를 늘리는 등 방안도 나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충당금 규제 강화 등 제도적인 부문은 부동산과 건설경기 회복 시점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건설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건설경기 회복을 전제로 순차적 추진을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이 23일 ‘PF 사업장 매각 활성화를 위한 전 금융권 합동 설명회’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금감원)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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