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논란이 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멸공' 인증이 청년보좌역 작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준석 대표와 권영세 선대본부장, 원희룡 정책본부장 모두 해당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후를 놓고 갑론을박이 격화되는 가운데, 청년보좌역에 의한 기획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국민의힘 선대본 고위 관계자는 11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선대본 차원에서 기획되지 않았다"며 "논란이 되면서 전후 과정을 알아보니 청년보좌역이 관여돼 있었다"고 밝혔다. AI 윤석열이 "달파멸콩"이라고 말한 것도 정책본부 산하의 청년보좌역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본부장에게 보고도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가 됐던 인스타그램 사진의 해시태그도 청년보좌역이 달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윤 후보도 이날 신년기자회견에서 '멸공' 인증 논란과 '사진 해시태그에 정치적 의도가 없었느냐'는 물음에 "해시태그 같은 건 달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윤 후보는 앞서 지난 8일 서울의 한 이마트에서 장을 보면서 달걀, 파, 멸치, 콩 등을 구입했고, 이는 각각의 해시태그와 함께 윤 후보의 인스타그램에 사진으로 게재됐다. AI 윤석열은 앞글자만을 따 "달파멸콩"이라고 언급, 곧바로 '문파멸공'으로 읽히면서 여권 지지층의 강한 비난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층을 뜻하는 문파를 공산당처럼 멸해야 한다는 해석과 문재인 대통령을 파하고 공산당을 멸한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때아닌 색깔론이 불거진 이유다.
윤 후보는 최근 선대위 해산과 함께 선대본으로 선거조직을 전면 개편했다. 40여명의 청년 보좌역이 각 산하에 투입됐으며, 5∼6명이 메시지 작성에 참여하고 있다. 최고령자가 만 39세일 정도로 2030이 주축이다. 이준석 대표가 주장해왔던 대전략 '세대포위론'을 위한 일환으로, 2030세대를 통해 등을 돌린 2030 표심을 잡겠다는 차원이었다. 2030 청년 표심은 이번 대선의 최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힌다.
AI 윤석열 '위키윤'이 8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정오에 이마트에서 산 물품의 앞글자만 따서 '달파멸콩'이라고 답해 화제가 됐다/위키윤 화면 캡처
"극우성향 청년들 수준의 메시지 발산…일베 놀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가 복귀하고 나서 윤석열 캠프에서 홍보 관련해서 젊은 극우 성향을 가진 청년들이 뭔가를 꾸미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극우 성향의 청년들이 자기네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노는 수준의 그런 메시지들을 계속 발산하는 것을 보면, 젊은 남성들은 관심을 보일 수 있다"며 "그러나 젠더 이슈는 공짜로 다 가져갈 수 없다. 이 대표는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보지만, (오히려)이재명 후보가 그 반사작용을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7자짜리 SNS 공약도 그렇고 장 보는 이상한 사진 메시지도 그렇고, 일종의 일베 놀이 비슷하다"고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윤 후보의 '멸공' 인증 배경에 대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갑자기 정용진 부회장을 '윤석열 같은 사람'이라고 하니까 윤 후보도 한 번 참여한 것 아닌가 싶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의 언급에 화가 난 윤 후보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편을 들며 개입했다는 설명이다. 이준석 대표도 '멸공' 인증의 기획 배경과 의도에 대해 "제가 했겠습니까? 저도 모른다"며 "정 부회장의 자유로운 SNS 활용이 관심을 받다 보니, 본인(윤 후보)도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같이 하자는 취지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멸공' 사건의 촉발은 정용진 부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를 윤 후보가, 다시 나경원과 최재형 등 국민의힘 인사들이 릴레이 인증에 참여하면서 정치권 논란으로 비화됐다.
이 대표는 "이게 지속되면 선거에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며 "당 소속 정치인들이 이걸 릴레이 형식으로 받아서 캠페인을 하는 건 상당히 부담이 가서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의원들이 (SNS 인증)게시를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일 이마트 이수점에서 직접 장을 보며 밥상물가와 방역패스를 점검하는 모습이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라왔다/인스타그램 캡처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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