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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1월 22일 16:36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완구업체
손오공(066910)이 한때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았던 이차전지 사업에서 발을 뺐다. 짧은 시간 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고 철수했지만 당초 이차전지에 투자했던 자금의 반도 건지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더불어 회사는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과 유상증자를 둘러싼 재무적 불안정성까지 겹치며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다시 본업에 집중해 손실을 메워야 하지만 그간 적자세가 지속된 만큼 이 역시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손오공)
손오공머티리얼즈 매각...투자금 절반도 못 건져
22일 업계에 따르면 손오공은 지난해 30억원을 투입해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를 설립하며 이차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적자를 면치 못하며 올해 초 해당 사업을 12억8900만원에 매각했다. 투자 금액의 절반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손오공 측은 사업 매각 배경에 대해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차전지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지만, 치열한 경쟁과 높은 초기 투자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최근에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 둔화(캐즘)로 이차전지 역시 업황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손오공의 경우 캐즘도 문제였겠지만, 기술력과 생산 능력 부족이 주요한 한계로 작용하며 사업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차전지 사업 매각 이후 손오공은 14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상태다. 회사는 유상증자가 성공한다면 조달 자금 가운데 96억원은 채무 상환에, 나머지 55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손오공은 유상증자를 통해 단기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려 했지만, 채권자들의 풋옵션 행사로 인해 자금 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인해 시장 신뢰도가 떨어지면서 투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오공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며 시장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에는 제9회차와 제10회차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이 주가 하락에 따라 기존 1696원에서 1489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22일 기준 손오공의 종가는 1033원으로, 전환가액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투자자들의 전환사채 풋옵션 발동으로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을 안게 됐다. 20일 손오공은 전환가액 하향 조정에 이어 제9회차 전환사채 46억원, 제10회차 전환사채 20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행사됐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고 지지부진하자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포기하고 원금이라도 챙기기 위해 풋옵션을 행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환가액 조정과 풋옵션 행사는 회사의 재무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가 하락으로 인해 전환사채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이 낮아진 만큼, 추가적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부채비율 175%...한계기업 가능성도 커져
재무 상황을 살펴보면, 손오공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가 261.7억원에 달한다. 이 중 단기차입금이 70.4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이 77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현금성자산은 70.9억원, 단기금융자산은 97.6억원에 불과한 상황이다. 회사가 제9~10회차 '전환사채 발행 후 만기 전 사채 취득' 공시에서 자기자본으로 풋옵션이 발생한 전환사채 66억원을 상환했다고 밝힌 만큼 여기서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이 더 감소했을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부채비율은 175.22%로 불안정한 수준인 200%에 근접한 상황이다. 이자보상배율 역시 2022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3년 가까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한계기업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단기자금 상황이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자산 매각이나 대규모 자금 조달 계획이 필요할 수 있다. 손오공이 지속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고 수익성을 강화하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손오공은 전기차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캐즘 속에서 이차전지 사업에서 손을 떼고 본업에 다시 집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본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재무안정성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경영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오공은 지난해 1~3분기 모두 영업손실을 냈으며 영업이익률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만큼 빠른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손오공은 지난해 1분기 25.7억원, 2분기에는 29.9억원, 3분기에는 33.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분기 -30.72%에서 2분기 -35.70%까지 떨어졌다가 3분기에는 -40.59%를 기록했다.
<IB토마토>는 유동성 및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회사가 계획하고 있는 본업 실적 회복 전략이 있는지에 대해 질의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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