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대중음악의 역사를 새로이 써내려가고 한류 확산에 기여할 때마다 정치권은 어김없이 이들의 '병역특례'를 거론한다. BTS가 만들어내고 있는 경제 파급효과와 한류, 국위 선양의 가치를 고려할 때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병역 특례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러한 정치권의 움직임에 BTS의 팬들은 오히려 "이미 멤버들이 병역의무를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마치 혜택을 원하는 것처럼 정치인들이 호도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있다. 국방부도 병무청도 병역특례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유독 정치권만이 이 문제를 주기적으로 띄우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정치권이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사안에 대해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병역특례만이 아니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국정감사에서도 정치인들은 특정 이슈에 매몰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간의 사례를 보면 오랜 기간 통과되지 못하고 계류하던 법안들도 특정 이슈가 발생하면 불과 몇 달만에 갑자기 초고속으로 통과하는 경우도 파다하다.
하지만 국회는 입법 기관으로 입법에 있어 충분한 숙의 절차를 거치고 그 책임을 분명히해야 한다. 이슈 몰이성 입법에 제대로 된 숙의를 거치지 못하고 입법이 될 경우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역특례 역시 충분한 숙의 절차가 아직은 필요하다. 공정성의 문제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봤을 때 대중문화예술인의 경우 병역특례의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워서다. BTS의 경우에도 병역특례의 근거를 설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정치인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우선적으로 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해충돌방지법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서 이해충돌이 문제되고 있지만 사실상 이해충돌방지법은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에 대해 여당 초선 의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이해충돌방지법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각 의원들의 전문 분야, 오래동안 관심을 가져온 상임위원회에 배정될 수 없다"며 "자칫 의원들의 모든 입법 과정이 이해충돌의 범위에 들어 갈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정치인들이 BTS에 숟가락을 얹으며 이슈몰이에 치중하기보다는 입법에 필요한 대안을 먼저 모색하고 제시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의원 한명 한명이 독립된 헌법기관인 만큼 입법 하나 하나에 고민하고 큰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동인 정치팀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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