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고 김홍영 검사를 폭행한 혐의를 받는 김대현 전 부장검사가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후 김 검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5년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변필건)는 김 검사와 관련한 고발 사건을 수사해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다만 강요와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했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부에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3월31일 회식 후 김 검사와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김 검사의 등을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4월4일과 5월11일에는 회식 중에, 5월2일에는 업무와 관련해 질책하던 중에 김 검사를 때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6년 2월27일 소속 부서 검사의 결혼식장 식당에서 김 검사에게 식사할 수 있는 방을 구해오라고 질책하는 등 강요 혐의와 그해 2월부터 5월까지 5차례에 걸쳐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 등 모욕 혐의도 받았다.
김 검사는 2016년 5월 업무로 인한 압박감 등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김 검사에 대해 김 전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 등이 있었던 사실이 드러났고,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해 11월 김 전 부장검사를 폭행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대검찰청 산하 검찰수사심의위원회(현안위원회)는 현안위원 14명이 김회부된 안건을 심의한 결과 과반수 찬성으로 폭행 혐의에 대해 공소제기 의견으로 의결했다. 현안위원들은 강요와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의결하면서도 부가로 모욕 범죄사실에 대해 명예훼손죄 또는 폭행죄가 성립하는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은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강요 혐의를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또 모욕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권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모욕죄는 적법한 고소권자가 아니고, 고소 기간도 도과해 공소제기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며 "수사심의위원회 권고에 따라 다른 범죄 성립 여부도 검토했으나, 법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기소 결정에 김 검사의 유족은 "2016년 대검찰청 감찰 후 이뤄지지 않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수사심의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뒤늦게나마 이뤄진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한 이유처럼 이 기소 결정이 우리 사회에서 직장 내 괴롭힘 근절에 새로운 이정표가 되길 기원한다"는 입장을 냈다.
아울러 "폭언과 망신주기식 언사에 대해 폭행죄, 명예훼손죄 성립에 대한 검토를 촉구하는 수사심위원회의 부가 의결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수사팀의 불기소 의견을 존중한다"며 "다만 이 부분에 대해 유족은 가해자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양형에 반영될 수 있도록 재판 과정에서 의견서 등을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고 김홍영 검사의 부모님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을 방문해 김 검사의 추모패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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