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치킨프랜차이즈 실태조사…가맹점 10곳 중 9곳 "계약서 불공정"
가맹점주 "자의적 계약 해지 등 '울며 겨자먹기식' 조항"
본사 친인척 유통하는 물품 강제구입 요구도 있어
경기도 "국회 및 공정위와 가맹계약서 개선 추진"
2020-12-01 13:29:51 2020-12-01 13:39:59
[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경기도가 치킨 프랜차이즈 440여곳을 대상으로 가맹계약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맹점주 10곳 중 9곳은 '계약서가 불공정하다'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도내 소재 프랜차이즈에 대해선 개선 교육 등을 실시하고 차후 프랜차이즈 간담회 개최, 가맹사업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1일 경기도는 사단법인 한국유통학회와 함께 벌인 치킨 프랜차이즈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계약엔 계약서 해지 사유, 광고 시행 여부, 공급물품 규정 등에서 가맹점주에게 불리한 불공정 요소가 많았다고 밝혔다. 이 조사는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국내 438개 치킨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정보공개서, 103명의 가맹점주가 맺은 계약서, 가맹점주 52명의 심층 인터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보공개서는 가맹점 모집 때 쓰는 가맹 안내서로, 회사 소개와 계약·해지 조건 등에 관한 설명이 담겼다.
 
경기도가 치킨 프랜차이즈 조사에 나선 건 치킨 분야의 가맹점이 가장 많고,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이 지속되고 있어서다. 실제 경기도는 6월에도 유명 치킨프랜차이즈의 갑질을 적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한 바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자의적 계약 해지, 일방적 광고판촉 결정, 본사 물품구입 강요, 복잡한 유통구조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면서 "계약서에 '울며 겨자먹기식 조항이 많다'고 토로했다"고 말했다.  
 
우선 자의적 계약 해지에 관해 103개 가맹 계약서 가운데 101개(98.1%)는 운영매뉴얼(규정·지침 등) 위반을 가맹계약 해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었다. 운영매뉴얼은 통일적 가맹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프랜차이즈 본사의 필수적 경영 방침이다. 그런데 이는 본사가 언제든 임의로 수정·변경할 수 있는 탓에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평가기준 등 점주에게 손해가 될 내용도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또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 표준양식에 관한 고시'에 따르면 프랜차이즈에 대한 광고비는 본사와 가맹점이 공통 부담하도록 했다. 하지만 계약서 97개(94.2%)에선 광고시행 여부를 본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본사가 정한 광고시행 여부를 가맹점이 따르지 않는 경우엔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간 계약서까지 있었다. 특히 계약서 22개(21.3%)에선 광고비 집행 내역을 가맹점주에게 통지하도록 했으나 정작 가맹점주 26명 중 17명(65.4%)은 집행내역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물품구입 강요에 관해 438개 프랜차이즈의 정보공개서를 분석한 결과 본사는 점주에 공급하는 물품 중 닭고기, 소스류 등 주요 원재료의 약 80%를 본사로부터 강제로 구입토록 하고 있었다. 종이 호일, 치즈 등 부재료의 강제 구입 비율도 50%대였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에 따르면 가맹점주는 원칙적으로는 원·부재료를 자율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서 "단 프랜차이즈의 맛과 품질을 유지할 목적에서 본사가 물품구입을 강제할 수는 있으나, 무엇이 강제 대상인지에 관한 기준이 없어 본사와 가맹점 간 분쟁이 생긴다"고 했다.
 
이어 "원·부재료 유통경로가 확인되는 79개 프랜차이즈의 유통구조 분석했더니 본사의 친인척이나 특수관계인이 유통 과정에 개입하는 곳은 닭고기 공급가격이 시중의 평균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유통 관련 법과 계약규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본사의 물품구입 강요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10월6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민생경제위원회, 재벌개혁경제민주화넷,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가맹사업 불공정에 대한 소극행정을 규탄하고 제도개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경기도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계약서 해지 사유, 광고 시행 여부와 공급물품 규정 등을 더욱 공정하고 명확하게 하는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본사와 점주 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열어 갈등 해결의 대안도 찾을 예정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치킨 프랜차이즈의 분쟁은 모든 프랜차이즈 분야에서도 생기는 문제"라면서 "치킨 분야의 가맹계약서를 개선, 다른 분야로도 긍정적 효과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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