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미국이 한국에 중국 견제 성격을 띠고 있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참가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이는 "공식적으로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는 우리 정부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른 내용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날 익명의 협의회 관계자를 인용해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2일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의 회담에서 쿼드 참가를 강하게 요구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어 서 실장이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우리 입장도 알아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서 실장이 말한 '우리 입장'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적 교류가 많은 상황에서 '대중 포위망' 참여 등 중국이 적대적으로 인식할 행동을 한국이 노골적으로 하기 쉽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또한 요미우리는 대북정책을 둘러싼 조 바이든 행정부와 문재인정부 간의 견해차도 드러났다고 전했다. 서 실장이 북미 협상의 조속한 재개를 요구했지만 미국 측은 "과거 (트럼프) 정부처럼 무분별한 대화는 앞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미국 측은 '북한의 인권 탄압'을 문제 삼았지만 서 실장은 '남북 대화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입장에서 문제 제기에 동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에 서 실장은 당시 미국 방문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 일정 확정을 목표로 했지만, 미국 측은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고 신문은 전했다.
앞서 지난 2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애너폴리스의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회의에는 서 실장과 설리번 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이 참석했다. 요미우리의 보도는 일본 측 관계자를 통해 흘러나온 일방적인 주장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 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부 언론보도에서 쿼드 참여 요청이 있고 우리가 거절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우리는 공식적으로 쿼드 참여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또 서 실장도 한미일 안보실장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일은 북미 협상의 조기 재개를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면서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외교적 관여를 조기에 해야겠다는 논의가 많이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미국이 한국에 중국 견제 성격을 띠고 있는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참가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은 미국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 참석을 마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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