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자격 없는 사람에게 명의를 빌려준 '사무장 의사'라면 실제 환자를 진료했어도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정용석)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 처분 취소 청구의 소'를 기각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의원을 일반 '사무장 병원'과 달리 취급해야 한다는 원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치과의사 C씨가 세우고 운영한 의원에 명의를 내어 준 혐의(의료법 위반 및 사기)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는 2015년 C씨가 세운 의원에 자기 명의를 내어주고 연봉을 받으며 환자도 진료했다. 이들이 범행에 가담한 또다른 의사, 직원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해 2018년 4월까지 수령한 금액은 14억7300여만원에 달했다. A씨는 항소와 상고를 거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보건복지부는 형사사건 판결 확정을 이유로 2020년 4월 A씨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의료법 위반죄 부분만 판단받았다면 벌금형 선고를 받아 결격사유가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의료법상 결격 사유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자'가 포함되지 않았고, 자신이 독자 운영한 병원을 C씨가 컨설팅 회사를 통해 경영지원 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의료법상 결격사유에 형법상 사기죄가 포함됐고, 해당 의원이 적법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청구해 사기죄에 해당하는 점 등이 근거였다.
재판부는 "의료법위반죄만 따로 재판 받았을 경우 벌금형이 선고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관련 형사판결의 취지에 어긋날 뿐 아니라 가정적 주장에 불과하다"며 "원고의 의료법 위반죄에 대한 처단형이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함이 객관적으로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집행유예가 결격사유에 해당 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집행유예 선고와 형의 선고는 서로 배타적인 택일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의 선고가 먼저 있고 나서 그에 후속하여 집행유예 선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관계"라며 배척했다.
이어 "C씨가 치과의사라고 해도 치과병원이 아닌 이 사건 의원을 개설할 자격이 없다"며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경우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방지하고자 하는 이른바 '사무장 병원' 금지의 취지를 고려할 때, C씨에게 치과의사 자격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의원을 일반 사무장 병원의 경우와 달리 취급할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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