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공매도가 1년 2개월여 만에 재개된 직후 고주가수익비율(PER) 업종인 제약·바이오 대표주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공매도 금지 이전부터 늘 고평가 논란이 따라 다녔던 만큼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가 투심을 흔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공매도가 재개된 전일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조1094억원으로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8299억원, 2795억원이 거래됐다. 특히 제약·바이오주들이 집중된 의약품지수에서 많은 공매도가 이뤄졌다. 이날 의약품지수에서 거래된 공매도 금액은 1303억원으로 코스피 공매도 전체 거래금액의 15.7%에 달한다.
의약품지수에 공매도가 몰리면서 지수도 하락했다. 3일 의약품 지수는 하루동안 4.33%나 하락했는데, 같은날 코스피 하락률(0.66%)의 6배를 넘어선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제약업종에 공매도가 몰렸다. 이날 코스닥 제약지수 공매도 금액은 688억원으로, 코스닥 공매도 거래대금의 24.6%에 달한다. 이날 코스닥 제약 지수는 3.47% 하락했다.
공매도의 타깃이 되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도 대부분 하락했다. 종목별로 신풍제약의 주가가 12.18% 급감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의 주가는 각각 3.86%, 6.20% 빠졌다. 코스닥 시총 상위주인 씨젠(8.01%), 셀트리온제약(5.04%), 셀트리온헬스케어(5.97%) 등도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당분간 공매도 재개에 따른 업종별 변동성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매도가 국내 증시의 상승추세를 꺾지는 않겠지만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높은 종목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재개 이벤트가 대형주 지수 방향성에 미칠 영향력은 향후에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PER와 주가자산비율(RBR) 등 멀티플 상승폭 컸던 일부 업종에 대해선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매도 재개로 향후 제약·바이오업종의 주가는 연구개발(R&D)과 위탁생산(CMO) 실적 등에 따라 옥석가르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의 자급화를 추진 중인 기업과 백신 및 치료제 CMO 기업들의 수주 현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오는 19일 공개되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를 발표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소에서 연구원이 코로나19 비임상검체 백신 품질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