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8조원 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 추진한다. 아이오닉5, EV6 등 전용 전기차 모델의 현지 생산에 나서면서 전동화 리더십 확보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기차 주도권을 두고 테슬라와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를 투자한다.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나선다.
현대차(005380)는 아이오닉5,
기아(000270)는 EV6의 미국 현지생산을 추진하고 아이오닉5는 내년 중 첫 생산을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3월 말 미국 출장길에 올라 미국 판매법인과 앨라배마 공장 등을 둘러봤고 공영운 현대차 사장은 이달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상무부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전기차 미국 생산을 위한 투자를 통해 안정적으로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향후 전동화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공영운 현대차 사장(맨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한미 비즈니스 라운지 테이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시스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에 나선 이유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는 그린뉴딜 전략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3월 전기차 산업에 1740억달러(약 196조원)를 투자한다는 방안을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전기차 시장규모를 지난해 32만대 수준에서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산 전기차에 각종 혜택과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현대차그룹이 현지 생산을 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면서 “구글이나 애플 등 현지 IT 기업과의 미래차 협력을 위해서라도 미국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에 진출한다.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은 오는 24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아이오닉5를 공개한다. 이날 행사에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 등 경영진이 참석해 아이오닉5 알리기에 나선다. 기아 미국판매법인도 지난 18일(현지시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EV6 공개행사를 개최했고 내년 초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오는 24일(현지시간) 온라인을 통해 미국에 아이오닉5를 공개한다. 사진/현대차
미국 전기차 시장은 테슬라가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 20만6000대, 제너럴모터스(GM) 2만1000대, 폭스바겐 1만2000대, 르노-닛산 1만대, 현대차그룹 7000대, BMW 2000대 순으로 집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5, EV6을 앞세워 테슬라와의 격차를 줄인다는 목표다. 글로벌 자동차 전문 매체 ‘탑기어’는 베스트 디자인에 아이오닉5를 선정하면서 “아이오닉5는 바닥이 평평해 탑승자가 내부를 원하는대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센터콘솔을 슬라이딩이 가능해 실내 활용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도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 전망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브랜드의 경우 전기차 전용 플랫폼 개발과 양산 일정이 현대차그룹에 뒤쳐져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는 푸조시트로엥(PSA), 르노, BYD 등은 미국 내 인지도 및 판매 네크워크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이 미국 투자를 계기로 가파른 외형성장을 이루고 전기차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라며 “테슬라와 현대차그룹을 제외하면 폭스바겐, GM 정도가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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