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정해훈 기자]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취임 후 첫 대규모 인사의 특징은 친정부 성향의 검사들을 주요 보직에 대거 포진한 것이다. 이변은 없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대표적인 인사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출국금지와 관련해 기소됐지만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앞선 인사에서 좌천성으로 전보된 한동훈 연구위원은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법시험제도가 없어진지 10년이 넘은 상황에서 사실상 기능이 멈춘 자리다. 기존 자리에서 더 좌천됐다는 평가다.
이 지검장의 후임으로는 이정수 법무부 검찰국장이 보임됐다. 역시 친정부 인사로 알려진 검사다. 고위 검찰 출신으로는 거의 유일하게 법무부에 남아 이번 인사에 관여했다.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은 서울서부지검장으로 영전했다. 서울서부지검 관할지역은 언론사가 많다.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중요성이 더 커졌다. 이 부장의 일선지검 진출은 기정사실화 됐었다. 이번 인사에서 이 부장의 아내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도 승진설이 돌았지만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수원지검장이던 문홍성 검사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각각 보임됐다. 문 지검장 역시 '김학의 불법출금 의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그동안의 수사지휘라인에서 배제됐다. 신 부장은 '윤석열 징계사태' 때 징계위원으로 참여했다.
다만,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유력했던 심재철 서울남부지검장은 유임됐다. 그러나 유임이 사실상 영전이라는 평가다. 심 지검장은 사법연수원 27기로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기에는 기수가 다소 낮다는 전망이 있었다. 게다가 서울남부지검은 '라임 펀드 사기사건' 등 서울중앙지검 못지 않은 대형 사건들이 몰려 있다.
'윤석열 계열'로 분류되는 박찬호 제주지검장은 광주지검사장,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인천지검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수사 지청인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평행이동 내지는 상향 인사다. 이번 인사에서 이변이라면 이변이다.
현직 고검장 4명 중 3명은 법무연수원으로 전보됐다.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는 연수원장, 구본선 광주고검장과 강남일 대전고검장은 용인분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받았다. 조 차장 검사는 '추-윤 사태' 때 추미애 전 장관에게 항거했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고검장 자리로 평행이동하면서 위치를 지켰다. 아직까지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망이 남이 있다는 증거로 보인다.
구 고검장의 경우 좌천인사라는 시각도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는 게 검찰 인사를 잘 아는 사람들의 분석이다. 구 고검장은 김오수 검찰총장과 함께 검찰총장 후보로 제청된 인물이다. 검찰 인사에 정통한 한 전직 고위 검찰 간부는 "새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함께 총장 후보로 제청됐거나 거론됐던 간부들은 한직으로 발령을 받았던 것이 관행"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법무부 검찰인사위원회(위원장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고호봉 기수의 인사 적체 등과 관련해 탄력적 인사를 논의했다고 밝혔고, 이와 관련해 지난달 31일 배성범 법무연수원장, 조상철 서울고검장, 오인서 수원고검장, 고흥 인천지검장 등 연수원 23기~24기 고검장·검사장 4명이 사의를 표명했다.
서울고검장으로 승진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4일 퇴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정해훈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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